롤렉스 리셀 시장의 꽃은 역시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입니다. 지난 3월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데이토나는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이전 세대는 모두 단종되었습니다. 다음세대로 혈통을 이어가는 시계도 있지만 완전히 컬렉션에서 사라지며 진정한 드림워치가 되어버린 모델도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ef. 116508, 일명 “데이토나 헐크”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한편 지난 5월 손흥민 선수의 인천공항 입국 사진에서도 데이토나 헐크 모델을 착용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사 사진의 저작권 이슈로 인해 바이버 디자인팀의 솜씨를 빌려 그림으로 보여드립니다.) 데이토나 헐크는 어떻게 지금의 인기를 얻었는지 그 배경과 시세를 완벽하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데이토나 헐크 Ref. 116508은 2016년 바젤월드에서 116500LN 일명 세라토나와 함께 출시되었습니다. 이전 세대 데이토나와 같은 무브먼트 Cal. 4130을 탑재하고 대형화되는 스포츠 시계 열풍 속 40mm 케이스 사이즈를 유지하여 데이토나의 아이덴티티를 이어받았습니다. 레퍼런스 넘버 116508를 쓰는 모델은 샴페인, 블랙, 화이트 등 다양한 다이얼 컬러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초록색 다이얼 버전입니다.
Daytona 116508
40mm, 그린, 오이스터
Daytona 116500LN
40mm, 블랙, 오이스터
Daytona 116500LN
40mm, 화이트, 오이스터
Daytona 116508
40mm, 샴페인, 오이스터
그 이유는 데이토나 컬렉션에서 유일하게 롤렉스의 상징인 그린 다이얼이 적용되었기 때문입니다. “헐크”의 닉네임은 비슷한 초록빛을 띠는 서브마리너 116610LV의 별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롤렉스의 시그니처 컬러인 초록색은 각 모델마다 조금씩 다른 톤과 빛을 뽑내며 최적의 그린을 찾아갑니다. 데이토나의 선레이 그린 다이얼은 데이데이트의 올리브그린보다는 선명하고 쨍하며 서브마리너 116610LV의 브라이트 그린보다는 절제되었습니다. 서브아이얼과 그 가운데 DAYTONA 문구, 5분 단위 미닛 인덱스의 레드 컬러도 섬세하게 더해져있습니다.
Day-Date 40 228235
40mm, 올리브 그린/로만, 프레지던트
Submariner Date 116610LV
40mm, 그린, 오이스터
많은 시계인들의 드림워치, 데이토나 헐크. 수십 가지의 모델로 구성된 데이토나 컬렉션에서 유독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데이토나 헐크의 인기는 특정 인물에서 시작됩니다. 이 사람은 바로 미국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입니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유명한 셀럽 시계 수집가인 존 메이어는 2019년 온라인 시계 매거진 호딩키(Hodinkee)와의 인터뷰에서 이 데이토나를 소개했죠.
폴 뉴먼과 레인보우 데이토나까지 포함된 컬렉션 속 데이토나 헐크가 시계인들을 어떻게 자극했을까요? 존 메이어는 ‘슬리퍼 히트작’ 시계를 찾는데 희열을 느낀다고 밝히며 데이토나 헐크의 유니크함과 희소성을 지목했습니다. “옆자리 인기 시계에 가려 많이들 놓치고 있던 시계를 손에 넣는 것이 수집가가 누릴 수 있는 큰 재미”라는 발언은 시계 마니아들의 공감을 얻는 포인트였습니다. (*참고로 슬리퍼 히트작이란 흥행 기대가 없던 작품이 성공했을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명 셀럽이 단순히 자신의 시계를 뽐내서 애호가들이 반응한 것이 아닙니다. 존 메이어는 롤렉스 붐이 일어나기 10년도 더 된 시기부터 데이토나 수집을 시작한, 시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는 마니아입니다. (심지어 그는 호딩키의 초대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존 메이어의 인터뷰는 시계인의 마음을 울렸고 리셀 시장에서 데이토나 헐크의 입지는 높아졌습니다. 미국에서는 2019년 기준 리테일가가 $34,650였는데, 크로노24 데이터에 의하면 인터뷰 전 중고 리셀가는 리테일가 이하였습니다.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고 1년 채 안돼 시세는 4만 달러 중반대로 진입했습니다. 2021년 연초에는 7만 달러, 연말에는 9만 달러로, ‘데이토나 헐크’ 시세의 고공 행진이 계속되었습니다. 2022년, 시계 리셀 시장 붐이 절정일 때 국내에서 중고 상품은 리테일 대비 3배 이상의 프리미엄에 도달한 기록도 있습니다.
2022년 3월 중고 상품이 평균 1억 3천만 원이 넘는 호가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시장 하락세가 진행되는 중에도 시세는 리테일가(2022년 기준 4,959만 원) 대비 높은 편입니다. 중고 리셀가는 최저 7천만 원 중반대까지, 미착용은 최저 8천만 원 중반대까지로 최고점 시세에서 -40% 이상 하락해도 리테일가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을 유지했습니다.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단종 소식이 들려온 올해 3월 즈음, 반등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되었습니다. 2023년은 데이토나의 60주년으로, 레퍼런스 교체를 예측하는 이들이 많아서 시세가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단종이 된 이후로 중고 리셀가는 8천만 원 중반대에서 1억 초반대로 진입했습니다. 중고 상품의 4월 평균 시세는 3월 대비 20% 상승했습니다. 리셀 시장에는 중고품이 더 많은 관계로 시계의 연식과 품질도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착용 컨디션의 상품은 현재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워치스 앤 원더스 2023에서 공개된 데이토나 컬렉션에서 여러분의 새로운 드림워치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23년 만에 새로운 무브먼트를 탑재한 신규 데이토나 컬렉션의 플래티넘 소재의
Ref. 126506입니다. 오이스터 퍼페츄얼 컬렉션 최초로 시스루 케이스백을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모델입니다. 리셀 시장에 등장하면 헐크 못지않은 프리미엄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Daytona 126506
40mm, 아이스 블루, 오이스터
신규 데이토나 컬렉션은 총 32개의 모델이 존재합니다. 이번에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슬리퍼 히트작이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존 메이어의 호딩키 인터뷰 영상 < Talking Watches 1> 클로징 멘트로 끝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시계 수집은) 과도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야망 자체에도 과도한 면이 있지 않나요.”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