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버 쇼룸이 탄생하면서 현재까지 100 여 종의 롤렉스를 구비해놓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롤렉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아직 구비하지 못한 모델도 많이 있지만 여러분께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자, 퀴즈를 낼게요.
생산연도가 20년 가까이 차이 나는 세 가지 모델입니다. 여러분은 한눈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시겠어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한눈에 그 차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차이도 안 보이는 모델을 한자리에 모으려고 했던 이유는 뭘까요?
보시다시피 롤렉스는 디자인이 잘 변하지 않습니다. 항상 과거의 것에서 가장 좋은 것을 취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작은 디테일의 변화로 새 모델이 탄생하곤 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서브마리너 데이트는 1960년대에 이미 지금의 디자인을 거의 완성하였습니다. 단지, 무브먼트의 성능을 차츰 개선하고 소재와 사이즈 등을 조금씩 바꿔가며 현재의 서브마리너에 이르게 됩니다.
서브마리너 블랙은 롤렉스 내 프로페셔널 워치 중에서도 항상 높은 인기와 많은 물량을 자랑하는 모델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앞으로의 가치가 더 기대되는 3세대의 변화를 한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맞아요, 처음 보셨던 사진의 세 가지 모델이에요)
첫 번째로 소개할 모델은 Ref. 16610LN입니다.
1989년부터 2010년까지 생산된 모델로서 오랫동안 시계 생활을 하신 애호가분들이라면 ‘서브마리너’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제품일 것입니다.
이전까지 사용되던 Cal. 3035 무브먼트에서 롤렉스 전설의 무브먼트 Cal. 3135와 여정을 함께한 첫 모델이죠.
알루미늄 소재의 베젤과 135g의 가벼운 무게를 특징으로 하는 이 모델은 생산 종료된 지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도 서브마리너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시계입니다.
20년의 비교적 긴 생산 기간 동안 그 안에서 여러 차례 작은 변화도 있었습니다.
2003년에 러그 홀이 사라지고 글라스에 ‘크라운’ 마크가 표시되기 시작하였으며,
2007년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든 시계에 적용되고 있는 ‘ROLEX’ 각인이 새겨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롤렉스 각인이 새겨진 모델들은 2차 시장에서 놀라울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몇 년 전까지만 해도 500~600만 원이면 잘 관리된 16610LN을 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1,200~1,400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끗한 16610LN의 수량은 줄어들고 그 수요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서브마리너 블랙의 인상을 강하게 남겨놓은 서브마리너 Ref. 16610LN, 롤렉스의 유저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Submariner Date 16610LN
40mm, 블랙, 오이스터
2010년 새로운 서브마리너가 등장했을 당시 시장의 호응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다이버 워치.
롤렉스의 아이콘, 서브마리너가 드디어 세라믹 베젤을 탑재하여 출시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앞서 나온 골드(Ref. 116618)와 롤레조(Ref. 116613) 모델에서 먼저 적용되며 예견된 일로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사건이었죠.
사이즈는 40mm 그대로라 직경의 변화는 없었지만 살짝 두꺼워진 케이스와 높아진 시인성 그리고 별다른 도구 없이 시계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글라이드락(Glide-Lock)기능이 적용되며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또한 내부에는 전설적인 무브먼트 Cal. 3135가 탑재되었습니다. 116610LN 모델을 더욱더 반겼던 이유는 뭘까요? 스틸 소재로 만든 서브마리너에 대한 수요가 골드 모델에 비해 언제나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어요. 스틸 소재의 스포츠 워치들은 골드 소재에 비해 가격이 낮고 (접근성이 좋음), 가격 방어가 잘 돼 항상 인기가 많습니다. 서브마리너 블랙은 그 가운데 대표적 모델이고요.
출시 초기부터 국내 공식 매장에서도 만나 볼 수 있었지만, 그 인기는 실로 엄청났습니다.
롤렉스 공식 매장에 방문하는 수많은 고객들 중 대다수는 이 시계를 손에 넣기 위해 웨이팅 리스트에 등록 후 실제 시계를 받기까지 약 1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 명성은 나날이 커져 웨이팅 리스트가 폐지된 2010년 후반,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이 대거 몰려 롤렉스 매장 전면부 유리가 파손되는 사건이 있을 정도였죠.
(당시 기사 : 여기를 클릭)
Submariner Date 116610LN
40mm, 블랙, 오이스터
당시는 오픈런이라는 문화가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현상이었습니다.
4~5년 전에는 약 700~800만 원 범위 내에서 깨끗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약 1,300~1,500만 원의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으며 2020년 새롭게 변경된 보증서라면 좀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어 성공적인 문을 열어준 116610LN은 2020년 126610LN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생산 종료 되었습니다.
앞선 모델이 그랬던 것처럼 아직까진 2차 시장에 풀린 수가 많아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선 단종된 모델인 만큼 앞으로 점점 더 손에 넣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브마리너 Ref. 126610LN은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바젤월드에서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유저들은 한목소리로 “어디가 변한 거야?”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식 매장에서 입고가 되면서 그 의문은 해소가 됩니다.
롤렉스에서 공식적으로 표기한 내용에 따르면 40mm에서 41mm로 살짝 커진 사이즈, 7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자랑하는 Cal. 3235의 탑재가 주요 변화였습니다.
발표에는 없었지만 살짝 얇아진 러그와 폭이 늘어난 브레이슬릿과 버클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균형미를 주며 실사용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현재 리테일 가격은 1,290만 원이며 2차 시장의 가격대는 1,600~1,800만 원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Submariner Date 126610LN
41mm, 블랙, 오이스터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롤렉스는 왜 이렇게 디자인을 고집스레 유지하는 걸까요.
첫째로, 이렇게 어떤 표준을 확고히 다진 디자인은 모델의 인지도를 높여줍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명품은 이런 전략을 잘 고수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 샤넬의 클래식 캐비어 등도 이름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요? 롤렉스 또한 같은 디자인을 지속해서 갈고닦으며 소비자들에게 다이버 워치 = 서브마리너라는 공식을 주입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째로는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롤렉스는 기능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에 가장 중점을 두어 디자인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 결과 롤렉스는 다이버 워치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다른 많은 시계 브랜드에서도 다이버 워치가 탄생했지만, 롤렉스 디자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시계는 없을 정도입니다.
앞으로의 서브마리너에는 또 얼마나 작지만 강한 변화가 일어날지 저는 벌써 궁금해지네요 :)
Samuel
Writer
시계에 관해서라면 120시간 수다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