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입니다.
Rolex Daytona 116520
Daytona 116520
40mm, 화이트, 오이스터
2008년에 처음 구매했어요. 근데 약간 변태같은 게 있어서 똑같은 모델로 두 번 구매했어요. 사연이 많은 시계죠.
2008년에 데이토나 스틸 모델이 인기가 너무 많아서, 당시 기억으로 흑판이 2년, 백판이 1년 이 정도 웨이팅이었을 거예요. 백화점에 웨이팅을 걸려고 했는데 대기가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웨이팅을 안받아준다고 하는 거예요. 당시에 자동차 동호회를 하고 있었는데 게시판에 종종 시계가 올라왔어요. 어떤 사람이 웨이팅 1년을 기다려서 이제 2주 뒤에 받기로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대신 받을 사람 있냐.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그래서 내가 사겠다 해서 그 사람이랑 롤렉스 무역센터점 롤렉스 매장에 가서 바로 물건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나서 병원을 새로 오픈하면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시계를 팔았어요. 이걸 사고 6개월 만인가 오히려 100만 원 정도 피를 붙여서 팔았거든요. 근데 미련이 남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2010년에 다시 샀어요.
약간 저에게 의미가 있는 시계여서, 갖고 싶던 시계를 열심히 찾다가 어렵게 구한건데, 직원들 월급 줘야 해서 판거잖아요. 그니까 그 향수? 그리움 같은게 있어서 처음 샀을 때처럼 시계 카페도 가입하고 열심히 찾다가 처음이랑 같은 방법으로 샀어요. 웨이팅 기다리던 사람이 내놔서. 그 1년 반~2년 사이에 가격이 또 올랐더라고요. 처음 샀을 때 리테일가가 1,120만 원 정도로 기억하고, 두번째는 1,200만 원을 넘겼어요. 저한테 의미 있는 시계죠.
처음엔 저도 흑판(블랙 다이얼)을 원했죠. 근데 화이트다이얼을 먼저 구하게 되다 보니 매력에 빠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일부러 흰판을 찾았어요. 내가 잃어버린 시계를 찾는 느낌으로.
제가 2001년에 인턴을 하고 2002년이 레지던트 1년차였는데 그때만 해도 롤렉스에 대한 인식은 약간 올드한 느낌. 제 또래 레지던트 친구들이나 형들이 결혼할 때 오히려 롤렉스 시계는 찾지 않았어요. 당시 유행하던 태그호이어를 예물로 훨씬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물론 어른들은 당시에도 데이트 저스트 콤비를 제일 좋아했지만. )
저도 태그호이어 까레라를 갖고 있었고, 2007년 쯤 스포츠카 동호회 활동을 잠시 했었거든요. 제가 포르쉐를 탈 때인데 친한 동생 하나가 시계에 관심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시계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롤렉스가 제일 낫다고 추천을 해주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시계에 관심이 생겨서 카페도 가입하고, 엄마한테 데이트 저스트도 하나 선물해드리고 했는데, 저한테는 그렇게 예쁜 모델이 없었어요. 당시 780~800정도 하던 서브마리너는 눈에 안들어 왔어요.
근데 데이토나의 원판 부분을 크로노그래프라고 하나요? 이게 딱 너무 예쁘더라고요. 자동차 경주대회 이름을 따온 거라고 하니까 스토리가 있어서 인지 사고 싶더라고요. 당시에 일본 왔다갔다 하는 형한테 물어보니 ‘일본에서는 데이토나가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다’ 해서 가지고 싶지만 못 가져서 그런지 더 가지고 싶더라고요. 완전 꽂혀서 찾다찾다 정말 어렵게 구하게 되었어요.
2013년 쯤 청담 쪽에서 개원했을 때였는데, 제가 자주 점심을 먹는 백반집에서 모델 출신 배우 C씨가 근처에 운동을 다니셔서 자주 뵜었어요. 근데 제 시계랑 비슷해보이는 데이토나 블랙 다이얼 모델을 멋있게 커스텀 하셨더라고요. 얼마 뒤에 잘생기기로 유명한 배우 J씨랑 술을 먹는데 배우 C씨의 데이토나 모델 브레이슬릿과 비슷해서 물어봤죠.
이게 크롬하츠라고 알려주더라고요. 크롬하츠는 당시 GD 덕분에 유행 한 지가 얼마 안되었던 브랜드였어요. 청담에 매장이 하나 있어서 찾아가보니 우리나라엔 몇 개 안들어왔는데 완판 되었고 오더 하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고. 그래서 웨이팅 해놓고 기다려서 어렵게 구했어요.
시간이 잘 맞는 편이라 아직 한 번도 없는데, 브레이슬릿 교체하면서 한 번 오버홀은 하려고 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팔라고 쪽지나 문의는 오죠. 하지만 안 팔아요. 주변에 시계 좋아하는 애들한테 들어보면 가격이 많이 올랐더라고요. 저는 예전 가격으로 알고 있으니깐 팔기 아깝더라구요. 지금은 예전 가격으론 못사잖아요.
제가 레지던트 하고 있던 2005년 여름 쯤에 집이 어려워졌는데, 그 당시엔 월급 200만원 정도 받았었어요. 그러다가 개원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집안을 책임져야 됐어요. 책임지고 있다는 심리 때문인지 보상심리로 물욕이 있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 없어졌어요. 나이도 먹고 그런 노력이 다 사라져서… 옷, 구두, 시계, 자동차 이런거 다 관심이 없어져버렸어요. 근데 정장용 파텍필립 하나 사고 싶긴 하네요. (웃음)
2013~14년에는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 이것도 크로노그래프 청판 모델이 갖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위블로 빅뱅 시리즈가 유행할 무렵이었는데 저는 스켈레톤으로 다 보이는 에어로뱅 모델을 갖고 있었죠. 이 시계도 부산 놀러갔다가 분실해서 다시 샀어요.
일단 사이즈가 굉장히 맘에 들어요. 40mm잖아요. 질리지도 않고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일상에서 거의 매일 착용하는 편이에요. 골프 가거나 시계 착용하기 힘든 그런 날 빼고는요.
소유를 통한 기쁨이 즐겁긴 하지만 그게 오래가지 않아요. 손에 넣으면 처음엔 즐겁다가 1주 정도 지나면 확 즐거움이 사라지거든요. 근데 데이토나는 계속 손이 가더라고요. 제가 약간 강박적 성향이 있어서 루틴한 걸 좋아하는데, 예를 들어 향수도 한 제품을 정하면 몇 번이고 계속 쓰고, 옷도 꽂힌 브랜드를 계속 입어요. 그 처럼 시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크롬하츠에서 깔끔한 스타일의 오이스터 브레이슬릿으로 다시 돌아갈까 생각중이긴한데, 사실 지금 조합이 캐주얼에도, 정장에도 잘 어울려요. 너무 무거워 보이지 않아 어떤 옷에 착용해도 매치가 잘 되요. 하지만 조만간 브레이슬릿을 교체해서 또 다른 스타일의 데이토나와 십년 이상 같이 갈 것같아요. 추억이 많은 녀석이에요.
Daytona 116520
40mm, 화이트, 오이스터
Daytona 116520
40mm, 블랙, 오이스터
Sophie
Editor
바이버 매거진 문의
contents@viv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