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움직임으로 동력을 받아 움직이는 기계식 무브먼트는 시계의 심장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착용자가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고, 멈추면 오래 못가 작동을 안 하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지요.
우리가 착용하는 기계식 시계는 이 무브먼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져가는 것입니다. 무브먼트에 맞는 케이스를 제작하고, 기능과 어울리는 다이얼과 인덱스가 디자인되어 한의 시계로 완성이 되어 가는 것이죠. 완성된 시계와 무브먼트는 일종의 ‘파트너' 관계와도 같습니다. 오늘은 롤렉스의 성장을 뒷받침 해온 대표적인 무브먼트 3종을 소개해 드려 보겠습니다.

30년의 충실한 파트너
Cal. 3135

Cal. 3135 ⓒ millenarywatches

Cal. 3135는 롤렉스가 가장 오랜 기간 생산한 무브먼트입니다. 1989년 서브마리너 데이트 Ref. 16610이 출시할 때 적용되어 그다음 세대인 Ref. 116610가 단종될 때까지 무려 30년이라는 기간을 함께했습니다.

이 무브먼트가 이토록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던 이유는 심플한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부품 없이 최적화된 공간 활용으로 내구성과 지속 퍼포먼스가 보장됩니다. 적은 부품이라 수리가 용이하며 긴 생산 기간 덕에 Cal. 3135를 오래 접하게 된 기술자도 많아 더욱 장기적으로 활약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Cal. 3135 서브마리너 데이트 모델과 동일하게 사이클롭스 렌즈가 있고, 40mm 사이즈인 다양한 모델에 적용되었습니다. 씨드웰러 Ref. 16600, Ref. 116600, 딥씨 Ref. 116660, 데이트저스트 34 Ref. 115200 등 클래식 워치와 프로페셔널을 오가며 폭넓은 모델에서 파트너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습니다. 어찌 보면 서브마리너가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된 것에 큰 공을 세우며 서브마리너 역사의 2/5를 책임진 숨은 영웅입니다. 현재는 다음 세대 무브먼트인 Cal. 3235가 바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Submariner Date 16610LN

40mm, 블랙, 오이스터

Submariner Date 16610LV

40mm, 블랙, 오이스터

여성용 시계의 대표 무브먼트
Cal. 2135

서브마리너 데이트에 Cal. 3135가 있다면 여성 시계들에는 Cal. 2135가 있습니다. 1983년 출시된 작고 단단한 무브먼트 Cal. 2135는 여성 시계에 주로 탑재되었습니다. 이 무브먼트를 품은 대표적인 모델은 레이디-데이트저스트입니다.

Cal. 2135는 5.83mm의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42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고, 오버 코일, 충격 흡수 장치 등 롤렉스 무브먼트가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Cal. 2135는 Cal. 2235에서 Cal. 2236으로 두 번의 업데이트를 거쳤습니다. 1999년 다음 세대 Cal. 2235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애호가들 사이에서 Cal. 2135가 이후 버전들보다 더 정교하고 튼튼하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68과 69로 시작되는 5-자리 숫자의 레이디 데이트저스트 레퍼런스에 탑재되어 있습니다. 단종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에 주로 빈티지 롤렉스 여성 시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기계식 무브먼트는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현재에도 제 역할을 다 할것입니다.

혁신적인 크로노 무브먼트
Cal. 4130

데이토나 Ref. 116520부터 현재까지 20년 넘게 교체 없이 생산 중인 전설적 무브먼트, Cal. 4130입니다. 롤렉스 현행 무브먼트 중 가장 오래된 무브먼트이기도 합니다.

크로노그래프의 명가였던 제니스 사(社)의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제니토나라고도 불렸던 16520에서 롤렉스의 기술력으로 완벽하게 자체 제작한 Cal. 4130이 적용되며 엄청난 부흥기를 불러왔던 자세한 이야기는 스틸 데이토나 Ref. 116520 편에서 이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 무브먼트는 Cal. 4130는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습니다. 2000년에 출시되자마자 줄어든 부품 수, 새로 도입된 수직 클러치 등이 높이 평가되었고, 기본기에 충실한 롤렉스의 기술 중심적인 접근에 찬사를 받았습니다. 데이토나가 가진 복잡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효율적으로 구현하면서도 50에서 72시간으로 대폭 연장된 파워 리저브는 대중을 열광하게 만들었죠. 2001년에 리셀가가 리테일의 3배에 달했다는 소식을 보고할 정도로 Cal. 4130이 탑재된 116520은 출시 1년 만에 최고의 콤비로 등극했습니다 (WatchTime, 2001년 10월 이슈). 당시 해외에서는 웨이트 리스트가 무려 5년이 넘어갈 정도로 롤렉스 매니아를 주도한 상징적인 데이토나의 전설적인 무브먼트입니다. 오죽 잘 만들어졌으면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모든 데이토나 모델에서 심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