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크게, 자라나는 시계들
시계의 대형화 (1)
ROLEX

커져가는 시계 사이즈

롤렉스에서 가장 최근 발표한 신작, 딥씨 챌린지의 케이스는 50mm입니다. 조금 다른 컨셉의 시계지만, 애플에서 새로 출시한 애플 워치 울트라 모델의 케이스는 49mm 입니다. 가장 최근의 예시만 보더라도 남성 시계의 사이즈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평균 신체 사이즈가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걸까요?

남성 시계의 평균 사이즈는 몇 mm라고 생각하시나요?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롤렉스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는 36mm에서 40mm를 벗어나지 않는 모델들을 주로 출시했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컬렉션인 서브마리너, 데이토나, GMT 마스터 또한 이 영역 안에 있었죠. 덕분에 42mm 이상의 시계가 나오면 빅페이스(Big Face)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요트 마스터, 데이트저스트 41mm, 오이스터 퍼페츄얼 등 40mm 이상의 라인업들이 너무 다양해져 더 이상 빅 사이즈가 아니라 평범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경향이 생긴 건지, 시계의 몸집이 점점 커져가는 과정에 대해서 과거부터 되짚어 보겠습니다.

실제로 커진 건 아니지만 커 보이게 하는
슈퍼(맥시) 케이스

슈퍼(맥시) 케이스는 2005년 GMT 마스터 2 Ref. 116718에 처음 적용된 오이스터 케이스입니다. 사실 케이스의 크기 자체가 커진 것은 아닙니다. 그대로 40mm 사이즈를 유지하면서 더 넓어진 베젤, 러그와 크라운 가드, 그리고 더 두꺼워진 전체적 프로필은 시계에 묵직함을 더해 커보이게 연출되었습니다. 트렌드에 부응하면서, 전통적인 40mm 크기를 지킨 셈이죠. 추후 2008년에 서브마리너도 이 케이스를 사용하게 되었고, 현재는 모든 GMT 마스터 2와 서브마리너가 이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GMT Master 16710BLRO, 12710BLRO

GMT Master 16710BLRO, 12710BLRO

하지만, 커보이는 연출이 꼭 해답은 아니었습니다. Ref. 116610LN의 경우, 팬들의 반응은 갈렸습니다. 롤렉스 시계 특유의 심플함에서 나오는 균형이 더 커진 시계로 인하여 조화가 어지럽혀졌다는 평과 트렌드를 무난히 따라간 도전적인 시계라는 평이 오가는 매우 특이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기술력을 구현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

롤렉스의 프로페셔널 라인 중 두 번째로 큰 44mm의 시계는 요트 마스터 2와 딥씨가 있습니다. 3,900미터의 수압을 견디기 위한 우람한 두께와 크기로 2008년에 출시된 첨단 상업적 기계식 시계 딥씨 Ref. 116660은 자연스럽게 트렌드를 따라가며 동시에 기능성을 뽐낼 수 있었습니다.

ⓒ Mamic

ⓒ Mamic

유행에 부응하며 선보이고 싶던 기술력까지 자랑한 딥씨는 현재 Ref. 136660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형제 모델인 씨드웰러 Ref. 126600은 43mm 크기로 2017년에 출시되어 딥씨보다 두께가 더 얇은 시계를 찾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Deep Sea 116660

Deep Sea 116660

44mm, 블랙, 오이스터

link
Deep Sea 126660

Deep Sea 126660

44mm, 블랙,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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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씨의 기술력은 빅페이스 유행과 시기가 맞물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요트 마스터 2는 진정한 빅페이스 시계의 특성을 갖춘 채로 2007년 탄생하였습니다. 요트마스터 2는 럭셔리함과 최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스펙터클한 빅페이스 시계입니다. 보트 대회 레가타(regatta)의 시퀀스 기록을 위해 기계식 메모리와 1분에서 10분까지 설정 가능한 카운트다운 기능이 탑재되었습니다. 기존 요트 마스터에서 없었던 이 기술력은 럭셔리 해양 스포츠인들에게 큰 셀링 포인트였습니다. 최초 출시 모델들은 옐로우 골드와 화이트 골드 소재로만 제작되어 빅페이스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럭셔리 스포츠에 어울리는 화려함을 한껏 살렸습니다.

요트 마스터 2는 그동안 다이얼과 핸즈와 외관에 미세한 변형이 있었지만 모델체인지 없이 탄탄한 소비층을 유지하는 롤렉스의 가장 맥시멀한 프로페셔널 시계이죠. 롤렉스의 보수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과하고 드라마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베젤 위 6시 방향에 YACHT-MASTER II를 표기하여 롤렉스 답지 않은 면이 있지만, 시계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고려하면 가끔은 직설적이고 시원한 디자인도 필요합니다. 대놓고 톡톡 튀면서 사이즈에서 나오는 웅장한 에너지도 갖추었기 때문에 과한 디자인에 쏟아지는 과한 관심을 받아들이는 게 빅페이스 착용의 정석이겠죠? 요트 마스터 2 Ref. 116680은 스틸 소재로 제작되어 비교적 절제된 모델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Yacht-Master 2 116680

Yacht-Master 2 116680

44mm, 화이트, 오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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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구매함에 있어서

사이즈란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인이기에 최근 출시되는 빅 사이즈 시계에 대한 서두를 던져보았습니다. 다음 글에는 클래식 라인의 시계와 서브마리너 41mm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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