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도쿄 시계 출장기 1편 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도쿄 출장기 1편에서는 일본의 시계 시장이 발달했던 이유와 특징에 대해 전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무비자 관광 길을 열어놓은 일본의 분위기는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보입니다. 도쿄 내 곳곳에 발달된 쇼핑 메카를 비롯하여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며 고급 시계 판매점에도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도쿄 안에서도 시계 2차 시장이 발달한 지역은 긴자, 신주쿠, 나카노 세 곳으로 추릴 수 있는데요, 바이버도 이번 출장에서 해당 지역들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지역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세계 4대의 황금상권으로 불리는 긴자는 고급 백화점을 비롯한 전 세계 명품 매장들이 즐비해있어 고급스러움을 뽐내고 있는 곳입니다. 오전 중 방문했기에 이른 시간이었지만 와코 백화점(세이코 하우스 긴자) 사거리에는 수많은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세이코 뮤지엄 긴자’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계 탐방에 나섰습니다. 오전 11시경 방문한 백화점의 시계 코너도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롤렉스 오픈런’이라는 표현을 일본에서는 ‘롤렉스 마라톤’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며 소수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견본품’ 시계만이 진열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국내와 동일합니다. 요즘 뜨거운 관심으로 그 판매량이 급격하게 오른 튜더의 경우 국내와는 달리 여성용 제품 5 ~6점과 블랙베이 58 스트랩 모델만이 남아있었습니다. 튜더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다른 제품은 모두 판매되었다는 답변을 받았고 일본에서 튜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하이엔드급의 시계부터 좀 더 대중적인 중고 시계까지 한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는 고급 매장들을 긴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 말 방문했을 때보다 업체들이 확장된 것으로 보아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많은 시계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얻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봅니다.
시계를 사는 것은 내국인 뿐만이 아닌 듯합니다. 곳곳에서 시계 감상에 몰두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일본이 세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시계 시장이라는 사실이 새삼 엿보입니다. 방문 당시 서브마리너 Ref. 16800 를 구입하려는 고객이 "인덱스의 야광은 살아있나요?" 라는 질문을 하자 같은 모델의 제품을 3개나 더 꺼내서 랜턴으로 직접 야광을 확인시켜 주는 정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다이얼이 오리지널임을 확인 시켜주는 전문성까지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한 스태프분께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습득하시는지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취급하는 상품이 다양한 편이라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시계 공부가 필수적이라는 모범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시계업에 종사하면서 가질 수 있는 직업적인 진지함과 진성성이 조금은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백화점 격전지라고 불리는 신주쿠는 시계 전문 판매점이 집결되어 있는 곳으로서, 긴자만큼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다양한 시계를 좀 더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시계를 구경하고 쇼핑하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으며 희소성 있는 모델들 또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변함없이 여전히 성행 중이었으나, 일부 매장의 경우 리셀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롤렉스 매입 경쟁에서 밀려 더 이상 롤렉스를 취급하지 않는 곳도 간혹 보였습니다.
일본의 3대 서브컬처 지역 중 하나인 ‘나카노 브로드웨이’는 1987년 최초의 시계 판매점이 들어선 이래 주변 일대에 약 20여 개의 업체가 모여있어 2019년도부터는 공식 관광 안내 사이트에도 ‘시계의 성지’라고 표현될 만큼 전 세계 시계 마니아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에도 유명한 ‘카메키치’ ‘잭로드’ 등의 유명한 회사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빈티지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컬렉션이 즐비한 나카노 브로드웨이는 재입국 시행 일주일이 무렵이었지만 많은 외국인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른 오전 시간에 시계 전문점 앞에 서서 오픈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3층에 몰려있는 시계 전문점들은 왜 ‘시계의 성지’라고 불리는지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는 사이에도 이미 온라인으로 상담을 받고 실물을 확인한 뒤 결제하는 고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응대하기 위한 다양한 국가의 스태프들이 상주하고 있었으며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한 유명 업체 직원에게 코로나 시기 동안 일본 시계 시장은 어떠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일본에는 기계식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취급하는 브랜드도 다양하여 롤렉스를 주력으로 하이엔드부터 이하 브랜드까지 꾸준하게 판매되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 방문 고객들 또한 증가 추세에 있으나 구매까지 이어지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해주었습니다. 또한 이곳에 이렇게 많은 시계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모든 시계에 대한 스펙 및 히스토리 시계의 이력을 모두 숙지하고 있느냐의 질문에, 오랫동안 근무한 직원들이 상당수 있으며 각각의 분야가 나누어져 있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그 위상이 낮아졌지만 일찍이 기계식 시계를 접한 나라답게 여전히 성숙한 시계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시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품화가 가능한 우수한 엔지니어와 콘텐츠로 가득한 직원들의 응대, 그리고 투명한 시계의 이력은 바이버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중요한 상품이자 감성을 요구하는 고관여의 대표적인 상품인 시계를 구매하기에 앞서 수많은 정보들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구매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는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탐방을 통해 확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시계 생활을 하시는 유저분들께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한 시계 문화를 만들어감에 있어 바이버가 앞장서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Samuel
Writer
시계에 관해서라면 120시간 수다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