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본격적인 굴의 계절입니다. 시계 플랫폼에서 뜬금없는 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예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네, 이번 아티클의 주제는 ‘오이스터 케이스’ 입니다.
데이트 저스트, 서브마리너, 데이토나, GMT 마스터 2 등 각기 다른 기능과 모양을 가진 롤렉스 컬렉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계의 다이얼 상단에 표기된 ‘오이스터 퍼페츄얼(Oyster Perpetual)’이라는 표기인데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술적인 측면에서 늘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한 롤렉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특정 모델이나 라인에서 드러나기 보다는 첼리니(Cellini)를 제외한 모든 롤렉스 모델에 적용된 ‘오이스터(Oyster)’라는 시계 케이스 자체에 담겨있습니다.
‘오이스터’는 굴이 입을 닫아 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이미지에서 착안한 자체개발 케이스입니다. ‘퍼페츄얼(Perpetual)’은 영구적, 지속적인 뜻을 가진 단어로 손목의 움직임으로 와인딩되는 케이스 내부의 무브먼트를 상징합니다. ‘오이스터 퍼페츄얼’이라는 글자는 어떻게 모든 컬렉션의 시계 위에 자리하게 되었는지 한번 알아 보겠습니다.
오이스터 케이스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은 총 네 가지입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견고한 케이스 본체, 플루티드 베젤, 스크류 다운 케이스 백. 이렇게 구성된 오이스터 케이스는 모든 모델에서 100미터 깊이의 등급을 보장합니다. 롤렉스가 자체 개발한 방수 케이스라기보다는, 경쟁사보다 완성도가 높은 방수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창립자인 빌스도르프가 페라고 에 페레(Perregaux et Perret)의 스크류-다운 크라운(용두) 특허를 구매하여 기술을 보안하여 완성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완벽한 방수를 가능케 하는 기술은 물론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운데 본체와 개스킷들을 두고 고정되는 크리스탈 렌즈와 케이스백이 조여지는 과정은 심플한 만큼 확실한 방수를 보장해주었습니다. 본체 또한 이음새가 없어서 크라운을 완전 분리하지 않는 이상 물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물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굴 껍데기의 이름을 따 ‘Oyster’ 라 부르기 시작한 롤렉스의 네이밍 방식이 눈에 띕니다.
데이트 저스트, 데이 데이트 모델 등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플루티드 베젤 또한 이 오이스터 케이스의 개발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초기 오이스터 케이스는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가 방수 기능을 위한 실용적 역할을 했기에 형체가 다소 심플하고 투박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탈 렌즈와 고정된 플루티드(fluted) 형태의 베젤은 부품들을 조일 때 그립감을 주기 위한 용도로 설계된 것이었습니다. 작은 톱니 모양의 플루티드 베젤을 꽉 잠글 수 있는 도구까지 개발한 덕분에 물과 먼지의 유입을 완전 차단하게 된 것이죠. 플루티드 베젤은 실용성을 넘어 디자인 측면에서도 시계를 완성시키는 요소가 되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케이스를 완벽하게 잠갔을 때 남아있는 유일한 과제는 바로 크라운의 움직임이었습니다. 1931년 롤렉스는 오랜 개발 끝에 ‘오이스터 퍼페츄얼 (Oyster Perpetual)’ 케이스를 출시하게 되는데요, 영구적, 지속적이라는 뜻의 ‘퍼페츄얼’은 세계 최초의 양방향 360도 회전 로터가 용두와의 접촉을 최소화시켜 더 확실한 방수가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시계를 와인딩하기 위한 외부 동력이 불필요해져 사용자 편의성이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튜브를 통해 본체와 연결된 무브먼트가 본체에 고정이 될 수 있고 금속 재질의 개스킷이 마모방지용 합성소재로 발전했지만, ‘오이스터 퍼페츄얼’의 형태는 크게 변형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때 출시된 시계는 오늘날의 오이스터 퍼페츄얼 라인으로 자리 잡아 롤렉스의 원형을 이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Oyster Perpetual 41 124300
41mm, 그린, 오이스터
Oyster Perpetual 36 126000
36mm, 브라이트 블루, 오이스터
롤렉스의 DNA와 같은 오이스터 케이스. 오늘의 롤렉스를 있게 해준 오이스터 케이스는 이제 시계학을 논할 때도 빠질 수 없는 브랜드의 가장 위대한 자산입니다. 최초의 완전방수 손목시계, 최초의 클러치 시스템 용두, 최초의 360도 양방향 회전 로터 메커니즘, 최초의 손목시계 날짜 확대용 렌즈인 사이클롭스 렌즈. 이 모든 것이 오이스터 케이스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또한 서브마리너-씨드웰러-딥씨 로 이어지는 잠수용 시계의 출발도 이 오이스터 케이스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이스터 케이스가 수많은 업계 최초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초의 모델부터 완성형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9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케이스는 크고 작은 기계적 변화를 거쳤을 뿐, 스크류-다운 베젤을 클램핑 방식으로 본체에 고정시키는 것 말고는 주요 부품이 추가되거나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Submariner Date 126610LN
41mm, 블랙, 오이스터
Submariner Date 126610LN
41mm, 블랙, 오이스터
Sea-Dweller 126600
43mm, 블랙, 오이스터
Deep Sea 126660
44mm, D-Blue, 오이스터
롤렉스의 아이덴티티인 ‘오이스터’는 어느새 다른 부품들에게도 은총(?)을 내려주었습니다. ‘오이스터 스틸’, ‘오이스터 브레이슬릿’, 그리고 ‘오이스터 클라스프’가 케이스의 정체성을 이어받아 더불어 사랑받고 있죠. 심플하지만 확고했던 빌스도르프의 목표지향적 성격을 대변 해주듯 그의 비전을 이어가고 있는 오이스터 케이스. 롤렉스의 다음 혁신적 아이디어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