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에 고유한 이름을 붙여 롤렉스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전략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예를 들어 롤레조라든지, 오이스터 퍼페츄얼이라던지 말이죠. 이 역시 롤렉스의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소재인 세라믹을 롤렉스에서는 ‘세라크롬’이라 부릅니다. 세라믹과 색을 의미하는 크롬의 합성어죠. 세라크롬 베젤은 회전이 가능한 기능이 있는 베젤, 주로 프로페셔널 워치에 쓰이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주요 모델은 서브마리너, 지엠티 마스터 2, 데이토나, 요트 마스터 등에서 널리, 아름답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라크롬 베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세라크롬 베젤 이전에 주로 쓰였던 소재는 알루미늄이었습니다. 알루미늄 소재의 베젤은 롤렉스가 추구하는 내구성을 만족하지 못했어요.
스크래치가 쉽게 나고 시간이 지날 수록 변색도 심한 편이지요. 물론 노랗게 익은 다이얼과 변색된 알루미늄 베젤을 가진 빈티지 시계들이 때로는 엄청난 몸값을 가지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세라믹은 태양광에서 색이 변하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피부에 자극도 되지 않고, 아주 단단합니다. 그래서 롤렉스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시계 브랜드들에서는 널리 사랑받는 소재이기도 해요.
세라크롬 베젤은 내구성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골드 소재로 가득 채워진 인덱스가 가독성을 높여주었습니다. 이전에 알루미늄 베젤은 프린팅 된 인덱스라 자주 벗겨졌거든요. 이렇게 튼튼해진 세라크롬 베젤은 중고상품으로서의 가치까지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롤렉스에서 세라믹 베젤을 사용한 첫 번째 모델은 2005년 출시된 GMT 마스터 2 Ref. 116718입니다. 지엠티 마스터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며 세라믹 베젤을 최초로 적용하였고, 롤렉스를 상징하는 녹색 다이얼에 전체가 옐로 골드 모델로 화려하게 태어났어요. 이후로 무려 8년 이라는 시간 동안 블랙 베젤 한 가지 컬러만 출시되었습니다. 한 장의 세라믹 디스크에 두 가지 이상의 색을 표현하는 데는 각각의 색마다 구현하는 적합한 온도가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을만큼 투톤 베젤 생산 최적의 공법을 찾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GMT-Master 2 116710BLNR
40mm, 블랙, 오이스터
하지만 드디어 2013년에 투톤 세라믹 베젤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이는 지엠티 마스터 2의 흥행을 부르는 신호탄이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롤렉스는 이 모든 재료를 자체 제작합니다. 세라크롬의 특허도 가지고 있고요. 시계를 위해 금도 주조한다는데, 베젤쯤이야 싶기도 하네요.
롤렉스의 소재 이야기 재밌게 읽고 계시나요?
저는 다음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Sophi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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