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 기온과 함께 프로 축구, 야구의 정규시즌의 개막 소식도 들려옵니다. 시계의 마케팅 방법 중에 가장 흔한 하나가 스폰서십입니다. 시청률이나 관심도가 높은 스포츠나 행사에 후원, 공식 타임키퍼(Timekeeper) 등의 방법으로 이름을 알리고자 함이죠. 스포츠 워치가 대세가 되어 감에 따라 많은 스포츠 분야에서 많은 시계회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어떤 스포츠에 어떤 시계회사가 손을 잡고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F1: 본능의 질주(Formula 1: Drive to Survive)’로 대중적인 관심이 올라갔지만 F1은 여전히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소수의 마니아들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레이스를 즐기고 있죠. 국내의 저조한 분위기와 달리 전세계적으로 F1의 위상은 매우 높습니다. 연간 15억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각 팀과 드라이버를 열광적으로 응원합니다. 빼앗기느냐 뺏느냐 하는 긴박한 휠 투 휠 (Wheel to wheel) 상황의 서킷을 멀리서 비추면 선명한 초록색 배경에 뚜렷한 노란색 글자를 쓴 롤렉스 배너를 볼 수 있습니다.
ⓒ truefacet
롤렉스는 2013년부터 F1의 글로벌 스폰서이자 공식 타임키퍼로 참가해 왔으나, F1과 LVMH 그룹이 10년짜리 계약을 맺으면서 2025년부터 롤렉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예정입니다. 어떠한 형태가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발표는 없는 듯하지만, F1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태그호이어가 전면에 나서게 될 것 같습니다. 1980년대 태그호이어는 모회사인 태그(TAG)사가 F1에 엔진을 공급했던 역사가 있고 태그호이어는 공식 타임키퍼를 담당했습니다. 화려한 색색의 플라스틱, 글라스 파이버와 러버 스트랩 등 당시로는 최신 소재를 사용한 포뮬러 1 컬렉션을 만들어 현재에도 이어집니다. 2024년 5월에는 패션 브랜드 키스(KITH)와 협업한 포뮬러 1으로 1990년대의 감성을 재현하기도 했죠. 현재 태그호이어는 F1 레이싱팀 레드불과 협업해 포뮬러 1 크로노그래프 등의 시계를 내놓으며 F1에 활력을 더합니다.
TAG Heuer Formula 1 Series 1 ⓒ magazine.tagheuer
IWC는 직접적으로 F1과 연관을 맺지 않았지만 몇 년 전까지 최강자로 군림한 메르세데스 AMG-페트로나스 F1팀과 엔지니어링 파트너로 손을 잡고 있습니다. 팀의 리버리(Livery) 컬러인 청록색을 인덱스에 사용해 강렬한 인상을 준 ‘파일럿 워치 크로노그래프 41 메르세데스 AMG-페트로나스 포뮬러 원’과 ‘파일럿 워치 퍼포먼스 크로노그래프 41 AMG’로 F1과 접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TUDOR Black Bay Ceramic ‘Blue’ V-CARB F1 ⓒ tudorwatch
튜더는 비자 캐시 앱 RB 포뮬라 원 팀(Visa Cash App RB Formula One Team)을 위한 블랙 세라믹 케이스와 선명한 블루 다이얼의 블랙 베이 세라믹 Ref. m79210cnu-0007을 내놓았습니다. 상당수의 F1 시계가 기록을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인 것에 비해 심플한 타임온리 기능입니다.
ROLEX Daytona ref. 126529 LN ⓒ watchesbysjx
롤렉스는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F1의 스폰서와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했지만 특별한 에디션을 내지 않았습니다. 내구 레이스인 르 망(Le Mans)의 100주년을 기념해 타키미터의 숫자 100을 빨갛게 물들인 데이토나 Ref. 126529LN을 발표했을 뿐이죠.
Daytona 126529LN
40mm, 블랙, '르망 24시' 100주년 에디션
롤렉스는 스포츠 워치의 최강자답게 테니스 스폰서십에서도 최강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2019년 롤랑 가로스(Roland‑Garros)를 마지막으로 그랜드 슬램으로 부르는 4대 대회(윔블던, US오픈, 호주 오픈, 롤랑 가로스)의 스폰서이자 공식 타임키퍼의 자리를 가져옵니다. 또 탑티어 ATP 투어의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 FlashStudio
윔블던의 푸릇푸릇한 잔디 코트나 황토 빛 클레이 코트의 롤랑 가로스에서 경기 시간을 알려주는 대형 플루티드 베젤의 시계를 볼 수 있습니다. 롤렉스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우아한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를 후원하며 승리의 영광을 함께 했고, 유망한 테니스 플레이어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 amitdevhanda
롤렉스는 늘 그랬던 것처럼 한정판이나 특별판을 만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테니스와 연관한 광고에서 종종 한 데이트저스트가 등장하곤 했습니다. 윔블던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모델로 조금 독특한 인덱스를 가졌습니다. 초록색 아라비아 인덱스를 검정색 테두리로 두르고 9시 방향에만 야광을 사용한 바 인덱스로 구성합니다. 9시 바 인덱스가 테니스 코트의 네트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인덱스의 초록색이 윔블던의 잔디를 떠올려 윔블던이란 별칭이 붙은 것 같습니다.
Datejust 36 126233
36mm, 슬레이트/로만, 오이스터
Datejust 36 126233
36mm, 슬레이트/로만, 쥬빌리
Datejust 41 126331
41mm, 슬레이트/로만, 오이스터
Datejust 41 126331
41mm, 슬레이트/로만, 쥬빌리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스포츠인 요트 레이스에서도 롤렉스는 빠지지 않습니다. 여러 요트 레이스의 스폰서와 1958년 롤렉스가 처음으로 스폰서십을 맺은 뉴욕 요트 클럽을 비롯 전세계 요트 클럽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ROLEX Yacht-Master 44 116688 ⓒ watchchest
카운트 다운 기능인 레가타(Regatta)를 구현한 요트마스터 II로 요트 레이스에서도 진심을 보여줬습니다. 비록 단종이 되면서 더 이상 화려한 요트마스터 II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말이죠.
Panerai Submersible QuarantaQuattro Luna Rossa Ti-Ceramitech™ ⓒ mrwatchmaster
파네라이는 세일링 팀 루나 로사(Luna Rossa) 파트너십을 맺고 여러 시계를 발표했습니다. 2024년에는 티타늄과 세라믹을 융합한 새로운 소재 티-세라미테크™(Ti-Ceramitech™)를 사용한 루나 로사 에디션을 섭머저블 컬렉션으로 공개했습니다. 스틸에 비해 44% 가볍고 세라믹의 10배 파괴강도를 가진 짙푸른 케이스가 특징입니다.
Yacht-Master 2 116688
44mm, 화이트, 오이스터
Yacht-Master 2 116680
44mm, 화이트, 오이스터
롤렉스는 골프와 오랜 파트너십을 자랑합니다. 1967년 빅 쓰리로 부르는 전설적인 플레이어 아놀드 파머(Arnold Palmer),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와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와 인연에서 시작됩니다.
Courtesy Rolex / Chris Turvey ⓒ robbreport
현재는 현역 플레이어는 물론 남자 4대 메이저 대회와 여자 5대 메이저 대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골프 게임에서 마음 놓고 착용할 수 있는 튼튼한 시계가 롤렉스인 만큼 어떤 것도 골프와 잘 어울리지만 초록의 그린이자 롤렉스의 컬러인 그린을 사용한 그린 다이얼 모델이 골프의 상징성을 보여줍니다. 그린 다이얼의 오이스터 퍼페츄얼이나 선레이 그린 다이얼의 데이트 저스트 같은 시계 말이죠.
Oyster Perpetual 36 126000
36mm, 그린, 오이스터
Datejust 36 126234
36mm, 민트 그린, 오이스터
그 외 승마, 스키, 체조, 육상이나 익스트림 스포츠 등 대중의 관심과 시선이 쏠리는 스포츠 분야에는 시계회사가 따라다닙니다. 레이싱이나 기록 경기에는 크로노그래프, 수중 경기에는 다이버 워치 같은 시계의 기능을 적절하게 보여주며 스포츠의 몰입감을 북돋습니다. 덕분에 스포츠를 관전하는 재미에 시계를 보는 재미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둘 모두의 팬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