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쉐린 가이드에 새로 선정된 레스토랑이 생겼다. 몇 주 사이 다녀가지 않은 푸드 인플루언서가 없고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예약은 점점 어려워져 '혹시 오늘 자리 있나요?'라는 질문을 전화로 하면 마치 롤렉스 매장에서 '사고 싶은 시계가 있는데 구매할 수 있냐?'라는 질문을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 응대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맛집'은 잘 가지 않는다. 가더라도 Hype이 빠진 이후 가 본다. 옛말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물론 소문이 났다고 다 실속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굳이 소문이 나지 않아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여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것이 더 신기하지 않은가?

역대 최고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인
Patrimony Perpetual Calendar, Ref. 30020
ⓒ European Watch Company

서두가 길었다. 오늘의 주제는 조용히, 가장 오래된 워치메이킹 역사를 이어가는 바쉐론 콘스탄틴(이하 '바쉐론')이다. 시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Haute Horlogerie(하이 워치메이킹)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는 없어도 무조건 존경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이기에.

바쉐론 콘스탄틴의 역사

예술 작품을 손목위에 얹는 바쉐론의 Métiers d'Art 컬렉션의 시계들
ⓒ Richemont

주요 브랜드 사업 지속연수와 설립연도

바쉐론은 가장 장기간 끊김 없이 사업을 이어온 워치메이커이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바쉐론의 인지도가 롤렉스나 까르띠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대가 높고 생산 개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지만 오데마 피게나 파텍 필립에 비해서도 바쉐론의 인지도는 떨어진다.

주요 브랜드 도매 매출

ⓒ Morgan Stanley, LuxeConsult

주요 브랜드 연간 생산 개수

ⓒ Morgan Stanley, LuxeConsult

왜 바쉐론은 '핫'하지 못할까? 의도적인 것일까? 바쉐론은 유명한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를 하거나 셀럽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로저 페데러를 비롯한 유명인사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여
‘성공의 상징’을 강조하는 롤렉스의 광고 ⓒ Rolex Magazine

초기에 바쉐론 콘스탄틴이 명성을 얻게 된 배경은 파텍 필립이나 오데마 피게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고 난이도의 컴플리케이션(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터와 같은 기능)을 작은 금속 케이스에 담은 기술력으로 당시 귀족과 철도, 신문사 재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초기 바쉐론의 컴플리케이션이 담긴 회중시계 무브먼트와 다이얼
ⓒ Horobox

하지만 쿼츠 파동 후 복잡한 기능의 유무만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못했다.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만 비로소 Haute Horlogerie 메이커, 그리고 Holy Trinity(파텍, 오데마와 함께)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바쉐론은 컬렉터들이 꾸준히 사랑해 준 부분 ; 정교한, 그래서 귀한,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의 변화에 흔들림 없는 가치가 담긴 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차별점

극강의 정교함을 위해 정밀 세공이 담긴 시계를 만든다
ⓒ Vacheron Constantin

첫 번째로는 Le Cabinotiers, 즉슨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One-of-a-kind 시계를 주문 제작형으로 만든다. 물론 모든 하이 워치메이킹 브랜드에서 유니크 피스 제작을 제공하지만 바쉐론의 Le Cabinotiers처럼 공식 프로그램으로 극한의 차별성을 선보이는 워치메이커는 없다.

Vacheron Constantin Le Cabinotiers Récits de Voyages minute repeater tourbillon tribute to arabesque ⓒ Monochrome

두 번째로는 Les Collectionneurs, 빈티지 바쉐론을 리스토어 한 후 다시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 서비스의 형태로만 본다면 롤렉스(그리고 얼마 전 바쉐론도 시작한)의 인증 중고 시계(Certified Pre-Owned)와 같다. 하지만 Les Collectionneurs 서비스는 롤렉스의 CPO보다 무려 14년이나 앞선 2008년부터 시작하였고 '그런 시계가 존재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제품들까지 커버한다.

1944년부터 1951년 사이 40점 미만이 생산된 Ref. 4261 시계를 Les Collectionneurs 리스토어 프로그램을 통해 재 발매 하였다 ⓒ SJX Watches

ⓒ Vacheron Constantin

레스토레이션은 결과물 만큼 그 절차도 과거 생산 방식에 충실해야 한다는 바쉐론, 해당 시계를 생산했던 시절 사용했던 기계를 복원하는데 재사용한다. 

(좌)1977년 최초로 선보인 222, (우)올해 복각형으로 재 출시된 스틸 222
ⓒ WatchTime, Hondinkee

또한 Historique이라 불리는 라인업도 있다. 일반적인 라인업과 달리 히스토릭 제품들은 바쉐론이 과거에 히트를 친 제품들에 충실한 복각형들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270년을 기념하여 재출시한 222와 1921 아메리칸 등이 이 라인업에 해당된다.

(좌)1919년 최초로 선보인 American 1921,
(우)현행 Historique American 1921
ⓒ Twain Time, Monochrome

이 외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와 같이 예술 작품을 시계에 더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물론 타 브랜드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지만 바쉐론은 루브르 박물관과 공식 파트너십을 통해 루브르에 전시된 작품에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바쉐론의 Métiers d’Art 작품들
ⓒ Monochrome

바쉐론의 이러한 차별점은 모두의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다.

Holy Trinity 브랜드의
대표 모델 비교

ⓒ WatchCharts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러한 바쉐론의 차별점이, 비로소 바쉐론이 대단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바쉐론이 집착할 정도로 신경 쓰는 워치메이킹의 피니싱 또한 큰 매력 포인트라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 덕분에 바쉐론은 화려한 브랜딩 캠페인에 소극적이고 거래가 활발하게 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도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270년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라 생각된다.

63개의 컴플리케이션이 담긴 회중시계
ⓒ Hodinkee

Patrimony Traditionnelle World Time 86060/000R-9640

42.5mm, 실버/사파이어와 메탈 2중 다이얼

Overseas Dual Time 47450/B01A-9226

42mm, 실버

Patrimony 81180/000R-9159

40mm, 실버

222 4200H/222J-B935

37mm, 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