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세르펜티 Serpenti
영원한 관능의 아이콘
Brand Focus

푸른 뱀의 해가 시작되고 벌써 1월의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옛 설화에 따르면 푸른 뱀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영적인 존재였다고 합니다. 매년 첫날이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 세상에 지혜를 전하고, 그 해의 운명을 살펴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이런 뱀의 존재감은 시계에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영원한 관능의 아이콘이라 부르는 불가리 세르펜티(Serpenti)는 뱀에게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대표적인 시계입니다. 

신화와 역사 속의 뱀

뱀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스토리텔링은 아마도 에덴 동산에서 이브를 유혹해 사과를 먹게 한 그 장면일 것입니다. 뱀은 성경 뿐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아폴로 신의 아들 아스클레피우스(Asclepius)는 인류에게 치유의 기술을 전한 의술의 신이었습니다. 고대인들은 아스클레피우스의 신전에서 잠을 자면 병이 치유되거나 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을 알 수 있다고 믿었죠. 심지어 아스클레피우스는 다시 생명을 되살릴 수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죽은 사람까지 살려내는 힘을 가진 메두사의 피를 이용한 덕분입니다. 

Asclepius: The God of Healing ⓒ epostravel-tours

Asclepius: The God of Healing ⓒ epostravel-tours

뱀이 허물을 벗는 모습은 마치 병에서 회복하는 모습처럼 보였고, 실제로 뱀은 약초를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고도 알려집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고대의 뱀은 치유와 지혜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Uraeus with the Red Crown of Lower Egypt </br>
 ⓒ wikipedia

Uraeus with the Red Crown of Lower Egypt
ⓒ wikipedia

한편 이집트 파라오는 왕관에 우라에우스(Uraeus: 어원은 일어서는 코브라)라는 뱀(코브라) 장식을 달았는데요. 이것은 절대적인 통치자로서 파라오의 왕권을 공고히 하는 상징이자 신성함을 뜻했습니다. 신화에 역사 속에서의 뱀은 치유(무한한 재생), 신성함, 지혜를 상징하는 영물로 여기는 한편, 돌로 만들어 버리는 메두사의 머리처럼 무섭기도 또 한편으로는 매혹적인 존재로도 여기며 양면성을 나타냈습니다. 

세르펜티의 역사

이탈리아어 세르펜티는 뱀을 뜻합니다. 신화와 역사 속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했던 뱀은 과감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즐기는 불가리에게 매력적인 영감의 대상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다리가 없으며 구불구불하고 유연한 뱀의 형태와 움직임 또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2023년, 75주년을 맞이한 세르펜티는 1948년에 불가리가 팔에 감는 착용법과 파격적인 형태로 내놓은 주얼리 시계로부터 시작했습니다. 

The original Tubogas Serpenti watch from 1948 </br>
ⓒ revolutionwatch

The original Tubogas Serpenti watch from 1948
ⓒ revolutionwatch

뱀이 팔을 휘감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뱀의 머리 부분으로 여기는 쪽에 시계가 들어가 있었죠. 이것을 세르펜티 투보가스(Tubogas)라고 부르는데요. 팔에 칭칭 감아 착용할 수 있도록 브레이슬렛 내부에 사용했던 유연한 가스 파이프의 이탈리아어 투보가스에서 유래했습니다. 
뱀의 모티프를 완벽하게 살린 세르펜티는 50년대에 접어 들면서 다이얼 부분을 뱀의 머리 모양으로 만들고, 힌지를 이용해 다이얼을 감추는 시크릿 워치로 더욱 리얼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Bulgari Serpenti in 1960s, 1970s </br>ⓒ timeandtidewatches

Bulgari Serpenti in 1960s, 1970s
ⓒ timeandtidewatches

60년대에는 뱀의 몸체에 색색의 컬러 스톤, 에나멜링을 사용한 비늘을 추가해 화려함을 한껏 더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주얼리 시계를 넘어 반지, 팔찌, 목걸이 등 주얼리의 영역까지 확대했습니다. 지금은 최상급의 잼 스톤으로 장식한 하이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 시계, 뱀의 머리를 과감하게 버튼으로 응용한 가방까지. 이제 세르펜티 컬렉션은 불가리를 상징하는 관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컬렉션

75주년을 넘어 80주년으로 향해가고 있는 세르펜티는 시대와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고 탈피하는 모습처럼 계속해서 신선한 새로움을 선사해왔죠. 현재 세르펜티 시계 컬렉션은 전통의 투보가스와 세두토리(Seduttori)로 크게 나뉘며, 2020년대에 어울리는 현대성과 변하지 않는 뱀의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합니다. 

세르펜티 투보가스

유연한 가스 파이프를 이용해 뱀의 구불구불함을 묘사한 투보가스는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1960년대에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다이아몬드로 머리와 꼬리를 장식했던 하이 주얼리 시계 버전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소개해 왔습니다. 세르펜티 구조의 핵심을 담당한 가스 파이프는 시대를 거듭하면서 내구성과 유연성을 강화한 소재로 발전했죠. 

Bulgari Serpenti Tubogas 103149 ⓒ bulgari

Bulgari Serpenti Tubogas 103149 ⓒ bulgari

또 수요와 지역에 따라서 뱀의 길이는 길어졌다 반대로 짧아졌다 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세르펜티 파이브 코일(Five coil) 투보가스 처럼 다섯 번을 감을 수 있는 롱롱 버전이 나온 적이 있다면, 요즘은 레귤러 버전과 숏 버전이 함께 컬렉션에 나와 있습니다. 숏 버전은 상대적으로 서양에 비해 팔 길이가 짧은 동양권을 위한 전략입니다. 1950년대 뱀 머리 모양으로 만든 시계 부분은 힌지를 사용해 감췄다가, 요즘은 오픈한 버전이 주류를 이룹니다. 긴 전통을 지닌 컬렉션 답게 소재와 컬러, 형태와 디테일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Serpenti Tubogas 102098

Serpenti Tubogas 102098

35mm, 블랙 오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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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penti Tubogas 103149

Serpenti Tubogas 103149

35mm, 실버 오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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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penti Tubogas 103131

Serpenti Tubogas 103131

27mm, 실버 오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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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펜티 세두토리

유혹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세두토리는 매혹적인 뱀의 속성 하나를 드러냅니다. 2019년 새로 추가된 컬렉션으로 뱀 머리 모양을 한 케이스는 상하 비대칭을 이루며 유려한 라인을 그립니다. 

Serpenti Seduttori Watch ⓒ bulgari

Serpenti Seduttori Watch ⓒ bulgari

투보가스와 세두토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보가스 브레이슬렛의 사용 유무입니다. 후자는 전통 대신 시계의 일반적인 브레이슬렛을 택했습니다. 물론 세르펜티에 어울리는 육각형 링크를 사용해 뱀의 비늘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세르펜티 세두토리의 전체적인 모양은 뱀이 자신의 꼬리를 먹고 있는 모습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자신의 몸을 먹고 다시 재생함으로 영원이나 불멸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Serpenti Seduttori Watch ⓒ bulgari

Serpenti Seduttori Watch ⓒ bulgari

아직 역사는 짧지만 세르펜티 투보가스처럼 다양한 소재로 세르펜티 세두토리만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색색의 골드, 스레인레스 스틸 혹은 이들의 조합, 또는 유광 블랙 세라믹을 사용해 강렬함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세르펜티라면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한 잼 세팅도 자유롭게 구사하며, 유행 컬러인 그린 다이얼 버전을 통해 유행을 따르기도 합니다. 비늘 모양 브레이슬렛이 세르펜티 세두토리 컬렉션의 정체성이지만 포멀한 가죽 스트랩 버전의 주얼리 시계도 소개합니다. 

Serpenti Seduttori 103274

Serpenti Seduttori 103274

33mm, 화이트 오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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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penti Seduttori 103450

Serpenti Seduttori 103450

33mm,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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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penti Seduttori 103955

Serpenti Seduttori 103955

33mm, 화이트 오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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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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