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뱀의 해를 시작하며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기념하는 시계들
Brand Focus

2025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을사년 푸른 뱀의 해인데요. 과거 역법에 사용하던 십이지의 전통을 물려받은 동아시아 지역, 특히 시계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국으로 인해 십이지를 테마로 한 시계가 작년말부터 연초에 걸쳐 등장하고 있습니다. 몇몇 시계회사가 만들던 십이지 에디션이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었는데요. 이번에도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뱀의 해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메티에 다르(Metiers d’Art)

Cartier Métiers d’Art Panther
ⓒ revolutionwatch

Cartier Métiers d’Art Panther ⓒ revolutionwatch

뱀의 해 에디션을 살펴보기에 앞서 메티에 다르를 먼저 다뤄보겠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수의 십이지 에디션이 메티에 다르 기법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메티에 다르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전통 수공예 기법을 뜻합니다. 시계 기술에 한정하지 않고 조각, 에나멜링, 미니어처 페인팅, 기요셰(Guilloché) 등 숙련된 장인이 손으로 완성하는 공예를 다이얼, 케이스 등 시계속에 녹여냅니다. 

메티에 다르 제작과정 ⓒ revolutionwatch

메티에 다르 제작과정 ⓒ revolutionwatch

작은 다이얼 속에 정교하게 그린 그림. 케이스, 로터에 새긴 조각 등으로 시계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시계의 예술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각 작업을 담당하는 장인의 역량에 따라 결과물이 좌우되고, 같은 주제라고 하더라도 조금씩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유니크한 특성도 있습니다. 십이지 에디션의 주인공인 동물은 메티에 다르의 여러 기법을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

메티에 다르 더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 ‘이어 오브 더 스네이크’
(Metiers d’Art The Legend of the Chinese Zodiac ‘Year of the Snake’)

The legend of the Chinese Zodiac - year of the snake </br>
ⓒ vacheron-constantin

The legend of the Chinese Zodiac - year of the snake
ⓒ vacheron-constantin

플래티넘과 핑크 골드 두 개의 버전으로 소개하는 메티에 다르 더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 ‘이어 오브 더 스네이크’는 전통이 된 기능을 보여줍니다. 네 개의 창을 통해 시간과 분, 날짜와 요일을 나타내는 기능은 매년 발표했던 십이지 에디션에서 사용해 왔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바쉐론 콘스탄틴 250주년을 기념하는 메티에 다르 ‘Four Season’에서 시작해 여러 메티에 다르를 구현하는 시계로 활약 중입니다. 

ⓒ vacheron-constantin

ⓒ vacheron-constantin

뱀은 중국 문화에서 신비와 지혜가 가득한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이 에디션에서는 정교하게 비늘 하나하나까지 묘사한 뱀과 질감까지 드러낸 바위는 손으로 정교하게 조각을 한 뒤, 페인팅으로 음영을 더했습니다. 배경이 되는 하늘과 나뭇잎은 에나멜 기법으로 완성했죠. 2024년까지 블루와 브라운의 다이얼에 현란한 패턴을 넣고 십이지의 동물을 조각으로 넣었던 버전에 비해 화려함이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데요. 화려함 대신 리얼함을 택하는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브레게

클래식 (Classic) Ref. 7145BR/15/9WU 06

Breguet Classique 7145 7145BR/15/9WU 06 
ⓒ breguet

Breguet Classique 7145 7145BR/15/9WU 06 ⓒ breguet

오른쪽으로 살짝 치우친 스몰 세컨드를 없애고 시, 분만 가진 심플한 타임온리 기능을 택한 이유와 결을 같이 합니다. 풀 숲에 나타나 혀를 내밀고 있는 뱀은 여러 메티에 다르 기법이 동원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을 좌우하는 굵은 선은 수작업으로 완성한 조각 기법, 배경의 여백은 다양한 패턴의 기요셰로 장식했습니다. 
적어도 대여섯개의 기요셰 패턴을 사용한 것 같네요. 풀 숲의 초록색은 조각으로 결을 낸 풀잎이 잘 드러나도록 반투명 에나멜로 꾸몄습니다. 이것은 로즈 골즈의 바늘, 케이스와 대비를 이뤄 더욱 선명하게 전해집니다. 시계의 마무리는 한 번 더 대비를 주는 듯 초록색 악어 가죽 스트랩을 택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스네이크’ (Reverso Tribute Enamel ‘Snake’)

Reverso Tribute Enamel Snake ⓒ jaeger-lecoultre

Reverso Tribute Enamel Snake ⓒ jaeger-lecoultre

리버스(Reverse), 즉 ‘뒤집다’라는 뜻을 가진 리베르소는 이름처럼 케이스를 뒤집어 글라스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단단한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글라스 소재로 사용하는 요즘은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두 번째 다이얼로 쓰거나 그것이 아니면 감춰져 있는 케이스 백을 돌려 활용할 수 있죠. 이 점을 이용해 이니셜을 조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2022 REVERSO TRIBUTE ENAMEL “TIGER” /</br>
2024 REVERSO TRIBUTE ENAMEL “DRAGON” </br>
ⓒ jaeger-lecoultre

2022 REVERSO TRIBUTE ENAMEL “TIGER” /
2024 REVERSO TRIBUTE ENAMEL “DRAGON”
ⓒ jaeger-lecoultre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스네이크’는 2022년 호랑이의 해부터 시작해, 토끼해인 2023년은 건너뛰고 작년의 용과 올해의 뱀으로 이어지는 제품입니다. 감춰진 케이스 백은 칠흑같이 새카만 다이얼처럼 배경을 검정 에나멜로 완성하고, 호방하게 또는 섬세하게 조각도로 뱀과 구름을 표현했습니다. 십이지 에디션은 그 해가 지나면 조금 의미가 퇴색되기도 합니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스네이크’ 같은 제품은 해가 지나더라도 케이스를 돌리지 않으면, 그 해의 동물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퇴색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블랑팡

빌레레 트래디셔널 차이니즈 캘린더 ‘이어 오브 더 스네이크’
(Villeret Traditional Chinese Calendar ‘Year of the Snake’)

Villeret Traditional Chinese Calendar “Year of the Snake”</br>
ⓒ watchesbysjx

Villeret Traditional Chinese Calendar “Year of the Snake”
ⓒ watchesbysjx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과 중국력을 퍼페츄얼 캘린더에 담은 빌레레 트래디셔널 차이니즈 캘린더(2012년)의 뱀의 해 버전입니다. 십이지 에디션으로 사용하기 이전에도 중국력을 표시하는 제품으로 소개되어 왔고, 다이얼 가득한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시장에 최적화 된 기능이기도 했습니다. 뱀의 해 버전은 작년 용의 해 버전에 이어 옥(Jade) 빛을 이미지한 초록색 에나멜 다이얼을 택했습니다. 로터는 뱀과 을사(乙巳)를 각인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용의 해 버전과 같지만 케이스가 플래티넘으로 바뀌면서 케이스 소재로 인한 가격이 상승되었습니다. 

IWC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문페이즈 37 ‘이어 오브 더 스네이크’ (Portofino Automatic Moonphase 37 ‘Year of the Snake’)

Portofino Automatic Moon Phase 37 Year of the Snake </br>(Ref. IW459604) ⓒ iwc

Portofino Automatic Moon Phase 37 Year of the Snake
(Ref. IW459604) ⓒ iwc

지름 37mm의 중성적인 사이즈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문페이즈는 남녀 모두를 노린 제품입니다. 작은 지름을 선호하는 남성과 오버사이즈를 좋아하는 여성을 위한 사이즈이죠. 붉은 다이얼에 넣은 문페이즈와 인덱스를 골드 색상으로 중국 시장에서 선호할 조합입니다. 

Portofino Automatic Moon Phase 37 Year of the Snake </br>(Ref. IW459604) ⓒ iwc

Portofino Automatic Moon Phase 37 Year of the Snake
(Ref. IW459604) ⓒ iwc

올해의 주인공인 뱀은 로터에 새겼고, 로터의 축과 IWC의 로고를 휘감으며 역동감을 전달합니다. 붉은 다이얼과 골드 인덱스의 구성은 2022년 토끼 해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이어지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IWC 십이지 에디션의 전통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뱀의 해 에디션을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2025년의 시작을 알리는 굵직한 에디션을 살펴봤습니다. 어떠셨나요? 그 해가 지나면 십이지 에디션의 의미가 퇴색되지만, 탄생년 빈티지 시계처럼 자신의 띠에 맞는 에디션이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컬렉터라면 12개의 십이지는 좋은 컬렉팅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십이지 에디션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집하는 난이도가 크게 높지도 않습니다. 다만 에디션의 수량이 많지 않다는 점은 난이도를 조금 올리는 요소지만 말이죠.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힘찬 2025년을 시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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