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이제 며칠 안 남았다. 올해 시계 시장은 어떻게 흘러왔고 내년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몇 가지 데이터포인트와 함께 알아보자.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계 시세를 트래킹하는 Watch Charts에 따르면 12월 27일 기준 글로벌 시계 시세는 작년 말 대비 5.8% 하락했다. 펜데믹 기간 과도하게 폭등한 시세와 높게 설정된 리셀 프리미엄의 조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세 하락은 평균 거래가가 천만 원 이상인 브랜드에 포진되어 있다. 특히 팬더믹 기간 중고 시세의 랠리를 주도한 거래량이 많은 롤렉스 GMT와 데이토나, 파텍필립 노틸러스 등이 주요 모델이다.
반면 부로바, 글라이신, 융한스, 세르티나 등 가격은 중저가대로 형성되어 있지만 두터운 팬층이 있는 시계들의 시세는 오히려 상승하였다.
올해에는 신품 시장도 중고 시장처럼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신품 시계 시장의 수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스위스 시계 수출 통계(출처: 스위스 시계 산업 연맹)에 따르면 2024년 11월 누적 스위스 시계 수출액은 239억 프랑(약 37조 원)으로 전년 대비 2.7% 하락하였다.
수출 실적 약세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중국과 홍콩이었다. 경기 불황과 더불어 사치 산업에 대한 반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영향으로 중국과 홍콩 측 수요는 전년 대비 각각 26%, 20% 하락하였다.
이 두 지역의 합산 수출 감액은 11억 프랑(1.7조 원)으로 견고한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6% 성장)과 일본(10% 성장)의 영향을 상쇄시켰다.
소더비와 크리스티즈, 필립스 등 글로벌 메이저를 포함하여 100여 개의 옥션하우스 경매 결과를 트래킹하는 Every Watch에 따르면 2024년 11월 누적 경매 낙찰 규모는 약 8억 1,500만 달러(1.1조 원) 이다.
12월 경매 결과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올해 누적 평균 낙찰가는 약 1만 600달러(약 1,400만 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27% 하락한 수치다.
WatchCharts에서 보인 5%대 하락에 비하여 대조되는 이 수치는 시계를 더욱 확실하게 현금화하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과도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 11월 누적 경매 건수는 이미 7만 6천 건을 넘어섰는데 이는 2023년 연간 건수인 6만 2천 건에 비해 24%나 높은 수치다.
이처럼 2024년 글로벌 시계 시장은 ‘하락’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25년은 어떻게 흘러갈까?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2024년의 중고 시세 하락률이 급격한 속도 조절을 보인다는 데 있어 어쩌면 중고 시세의 하락도 끝에 가까워지지 않나 싶다. 중고 시계 시세가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4월이다. 하락 전환한 시점 초반에는 6%까지 하락했고 2022년 4월부터 12월 사이 월평균 하락률은 3.4%를 기록했다.
이후 2023년에도 시세의 하락은 지속되었지만 그 속도는 월 평균 1.0%로 하락 하였고 23년 12월에는 0.3%까지 속도가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2024년에는 그 속도가 월 평균 0.5%까지 하락하였으며 1월, 6월, 10월에는 상승 전환을 일시적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중고 시장에서 거래량을 책임지는 시계들은 대부분 현행 모델이고 이 시계들은 내년 리테일가 인상이 예고 되어 있다. 백화점에서 리테일가에 구하지 못하는 시계의 대체제를 공급하는 중고 시장의 가격도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잘 버틴 세그먼트가 있었다. 바로 여성들이 좋아하는 시계다. 남성용 시계에 비하여 사이즈가 작고 가격이 낮은 여성용 시계는 작은 시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패션 트렌드와 함께 가성비 매력이 돋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까르띠에를 볼 수 있는데 비교적 남성 구매층이 높은 산토스를 제외한 까르띠에의 주력 모델인 탱크의 시세는 연중 1%대 하락하는 데 그쳤고 펜더와 베누아는 오히려 상승하였다. 롤렉스 모델 중에서도 여성용 데이트저스트는 시계들은 2024년 중 시세가 상승한 모델들이 다수다.
경매시장에서도 예상 낙찰가를 가장 많이 초과한 기록을 세운 시계들 상위권을 까르띠에 베누아, 펜더, 탱크 등이 포진하고 있다.
시계에 대한 대중적인 수요가 펜더믹 기간 늘어났다면 내년은 애호가들이 수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시계를 컬렉터들’만’ 좋아한다고 규명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통상적으로 애호가들이 더 관심을 많이 보이는 시계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케이스는 라운드보다 쉐입 케이스, 스틸보다는 골드, 그리고 보석 세팅이 된 시계들의 경매 예상가 초과율이 더욱 높게 집계 되었다.
빈티지 시계에 대한 수요도 견고함을 보인다. 올해 예상가를 초과한 경매 건수의 비중은 모던 시계보다 빈티지 시계가 더 높았는데 이는 해당 데이터가 집계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내년도 경기는 다양한 이유로 어렵다는 예측이다. 그런 만큼 시계에 대한 수요는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시세도 32개월 연속으로 하락하였으니 정말 사고 싶은 시계를 사기에 나쁘지 않은 타이밍일 수 있다.
David Hwang
시계 애널리스트
Watch Ter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