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비터스는 1999년 직사각형 케이스의 레이디스 워치 투웬티~4(Twenty-4)의 발표 이후, 25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컬렉션입니다. 엘레강트 스포티(Elegant Sporty)를 표방한 새 컬렉션은 파텍 필립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노틸러스의 흐름과 디테일을 이어 받았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스퀘어 케이스이며 케이스 소재의 베리에이션을 포함 총 세 점의 시계를 발표했습니다.
큐비터스의 뜻은 파텍 필립에서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라틴어 ‘Cubitum’에서 유래한 의학 용어입니다. 팔꿈치를 뜻하는 큐비터스는 케이스 모서리 부분의 디테일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정사각형의 베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팔각형에 닿은 디자인이 팔을 살짝 구부린 팔꿈치와 유사한 실루엣을 그립니다. 해외 기사에 따르면 큐비터스라는 이름은 이미 파텍 필립이 2021년에 상표 등록해 놓았다고 합니다.
솔직한 첫 인상은 1970~80년대에 오데마 피게의 직사각형 케이스 로열 오크인 Ref. 6005와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도 그러할 것이 로열 오크와 노틸러스의 디자이너가 제랄드 젠타(Gerald Genta)로 동일 인물이라는 점. 로열 오크의 팔각형 베젤, 원에 조금 더 가까워진 팔각형 베젤과 팔각형 다이얼을 갖춘 노틸러스의 변형이기 때문에 유사성이 보일 수 밖에 없겠죠. 공통적으로 케이스와 브레이슬렛이 끊어지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일체형 브레이슬렛을 택하고 있어 그 유사성은 더욱 도드라집니다.
1970~80년대는 쿼츠 손목시계로 스위스 시계가 괴로움을 겪던 때입니다. 어떻게 든 어려움을 타개해 보고자 많은 시도를 했으며, 케이스의 다양한 모양은 전세계적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까르띠에는 이 무렵 기하학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무수한 모양을 케이스 디자인으로 완성했고, 파텍 필립도 사정은 비슷했을 것입니다.
어글리 시스터(Ugly Sister)라고 부르는 파텍 필립의 Ref. 3603은 직사각형의 브라운관 모양 케이스에 이중 베젤. 타원형 다이얼에 일체형 브레이슬렛을 가진 시계였습니다. 모서리 곡률이 케이스와 베젤이 서로 제 각각 인 이 시계는 파텍 필립의 이름을 달고 있어도 예쁘다라고 하기 어려운 디자인이죠.
두꺼운 스프링 바를 이어 붙인 듯한 케이스와 브레이슬렛을 가진 Ref. 3633 곤돌로(Gondolo)는 어글리 워치까지는 아니지만 미학적 관점에 따라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는 디자인입니다. 큐비터스의 모서리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는 케이스 실루엣과 생산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일체형 브레이슬렛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후 모던 곤돌로는 아르데코 스타일이 돋보이는 직선적인 케이스 디자인으로 변모했습니다.
현 파텍 필립 컬렉션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하지만 타원과 직사각형의 중간 즈음에 있는 골든 엘립스(Golden Ellipse, 1968년)도 개성적인 모양의 케이스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조 시기에 따라 가로, 세로의 비율, 곡률이 변하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골든 엘립스 빈티지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꽤 재미있을 듯합니다. 원에 가까워지고 있는 팔각형 케이스를 가진 아쿠아넛도 독특한 케이스 모양, 다양성을 말할 때 빠지지 않습니다.
시계 케이스에서 적어도 80%, 많으면 85% 가량이 둥근 라운드 케이스입니다. 이것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파텍 필립이 스퀘어 케이스의 새 컬렉션을 내놓은 이유는 사장인 티에리 스테른(Thierry Stern)이 원해서 였다고 전해집니다. 큐비터스가 노틸러스의 디자인 주요 요소와 디테일을 상당부분 가지고 태어난 이유에 대해서도, 노틸러스의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며 아쿠아넛과 관계에서도 연관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개발진에게 요청한 사항의 하나는 얇은 두께입니다. 슬림 한 케이스 두께를 통해 엘레강트 스포티를 지향하고자 한 것이죠.
큐비터스의 케이스는 노틸러스의 케이스 구조를 정사각형화 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케이스 좌우, 귀처럼 돌출되어 베젤 커버 역할의 독특한 디자인, 데크 패턴의 다이얼과 특유의 핸즈와 인덱스 디자인, 브레이슬렛 등은 노틸러스에서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습니다. 브레이슬렛은 길이를 약간 늘릴 수 있는 익스텐션을 장착하고 브레이슬렛 외에 패브릭 스트랩과도 짝을 이루기도 합니다. 방수도 30m로 생활방수 수준인 점도 동일합니다.
단, 노틸러스에서 단종 시킨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엔트리 모델(Ref. 5711)이 큐비터스에는 포함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노틸러스의 조금 큰 스퀘어 케이스 버전인 셈입니다.
큐비터스 컬렉션의 기함(?)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복잡 기능의 시계가 등장하기 전까지 맏형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플래티넘 케이스이며 파텍 필립 플래티넘 케이스의 전통대로 케이스 6시 방향에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노틸러스의 Ref. 5712와 비슷한 다이얼 같지만 기능은 다릅니다. 빅 데이트, 요일과 문 페이즈 기능을 구현하는 셀프와인딩 Cal. 240 PS CI J LU를 탑재했습니다. 마이크로 로터의 Cal. 240은 두께가 얇아 얇은 케이스를 만드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실제로 Ref. 5822P의 두께는 9.6mm 밖에 안됩니다. 다이얼에서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빅 데이트는 조작 실수에 강력한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날짜를 아무 때나 돌릴 수 있고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날짜 기능에 손상을 입지 않습니다. 날짜 기능과 짝을 이루는 요일 기능도 요긴하며 문 페이즈는 다이얼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꿔 줍니다.
큐비터스의 엔트리 모델입니다. 로즈 골드와 스테인리스 스틸의 투톤 케이스 Ref. 5821/1AR, 스테인리스 스틸의 Ref. 5821/1A입니다. 데이트 기능만을 갖춰 케이스의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다이얼의 패턴이 Ref. 5822P에 비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노틸러스를 상징하는 블루 다이얼 외에 최근에 가세한 올리브 그린 다이얼로도 소개됩니다. 노틸러스의 엔트리 모델인 Ref. 5811G에 탑재하는 풀 로터 셀프와인딩 Cal. 26-330 S C를 탑재해 케이스 두께 8.3mm를 완성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착용감, 엘레강트 스포티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아직 큐비터스가 눈에 익지 않은 탓인지 해외의 반응은 긍정보다는 부정, 못 생겼다(Ugly)라는 반응이 눈에 띕니다. 앞으로의 여론이 긍정적으로 흐를지 여전히 부정적일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아쿠아넛이 등장하고 한동안 냉랭한 반응이 이어졌다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선례를 봐서는 노틸러스의 동생으로 인정받게 될 때가 머지않아 올 것 같습니다.
Nautilus 5711/1A-001
40mm, 블루
Nautilus 5711/1A-010
40mm, 블루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