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주 뒤면 프랑스 파리에서 제 33회 하계올림픽이 열립니다. 각국의 선수들이 모여 펼칠 각본 없는 드라마로 지구촌의 여름은 더욱 뜨거워질 것입니다. 올림픽에서 펼칠 32개 종목의 경기에는 점수로 승패를 나누는 경기가 있는가 하면, 기록으로 승부를 가늠하는 경기도 있습니다. 후자는 정확한 판정을 위한 갖가지 계측장치가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기본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측정하는 스톱워치죠. 이것은 오메가 타임키핑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태그호이어, 세이코, 오메가는 올림픽 오피셜 타임키퍼로 활약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올림픽에서 오피셜 타임키퍼였던 세이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타임키퍼로 활약했던 태그호이어를 제외하면 명실상부한 올림픽 타임키퍼로는 오메가가 유일합니다.
9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원조의 역사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메가에서 개발한 커다란 스톱워치가 종횡무진 활약했습니다. 1/10초 단위까지 측정가능한 스플릿 세컨드(기록을 동시에 두 개를 잴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스톱워치로 육상 경기를 비롯해서 기록 경기에서 승패를 가늠했습니다.
1949년 개발된 레이슨드 오메가 타이머(Racend Omega Timer)는 육상 경기에서 결승점을 거의 동시에 통과하는 선수들을 사진으로 판독하는 장치입니다. 훗날 포토피니시라고 부르게 된 장치죠.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는 쿼츠 시계를 이용해서 1/100초 단위를 측정하고 하이 스피드 프린터를 장착해서 기록을 출력할 수 있는 오메가 타임 레코더(Time Recorder)가 사용됩니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에서는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관전하는 전세계의 시청자를 위한 획기적인 장치가 도입됩니다. 1961년 개발된 오메가스코프(Omegascope)는 슈퍼임포즈 방식으로 TV화면에서도 디지털 방식의 스톱워치가 보이도록 해 안방에서도 결승점을 통과하는 선수의 기록을 경기장처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화면에서 경기하는 모습과 기록이 함께 표시되니 상당한 몰입감과 생동감을 전달했을 것입니다. 오메가의 타임키핑과 판독 기술은 올림픽을 거듭할 수록 발전했고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전자계측 방식의 타임키핑이 공식적으로 사용되어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1990년에는 1/1000초 단위의 계측과 컬러 연속사진을 이용해 판독하는 스캔 오 비전(Scan’O’Vision)이 개발되었고, 이 무렵에는 컴퓨터를 타임키핑에 사용하게 됩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1/10초, 1990년 1/1000초로 발전한 정밀 계측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1000000초 측정이 가능한 퀀텀 타이머(Quantum Timer)로 발전해 계측의 정확성과 정밀성을 엄청나게 향상시켰습니다. 8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100,000배나 더 정확해진 것입니다.
올림픽 타임키핑, 판독기술과 함께 오메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올림픽 에디션. 첫 올림픽 에디션에 대해서는 명확한 내용이 없지만 지금까지의 경매 기록으로 유추해 보면 1950년 중반에 생산한 시계를 시작점으로 보기도 합니다. 조금 앞서 씨마스터(1948년)가 등장하고 다이버 워치의 꼴을 갖추려고 할 때이기도 하죠. 아직 다이버 워치로써 기능이나 모양이 미성숙하긴 하지만 당시 씨마스터 빈티지 중에는 로고 아래에 로마숫자로 XVI를 인쇄해 1956년 16회 멜버른 올림픽을 기념하는 시계가 있었습니다. 시계에 따라 케이스백에 올림픽의 오륜 마크를 새기거나 다이얼에 프린트한 시계도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올림픽 에디션은 쿼츠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탑재한 ‘씨마스터 쿼츠 크로노 32KHz’입니다.
2개의 LCD창과 아날로그 표시를 겸하는 시계로 1970년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독특한 다이얼 구성 혹은 특유의 레트로 감성 덕분인지 상태가 좋다면 200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합니다. 올림픽 에디션은 스포츠의 제전이라는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 씨마스터가 주로 동원되었습니다.
충격에 강하고 높은 방수성능, 특히 수영 등 워터 스포츠가 포함된 하계올림픽에서는 씨마스터가 가장 적격이죠. 1990년대 초반부터 만들어진 올림픽 에디션을 보면 상당수가 씨마스터를 베이스로 만들었습니다.
오륜 마크의 다섯가지 컬러를 활용한 디테일이 가장 흔했고, 1994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 올림픽 에디션은 오륜 마크의 컬러를 사용한 스트랩 5개를 패키지에 넣기도 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스피드마스터의 쓰리 카운터를 오륜 마크 모양의 파이브 카운터로 변형한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죠. 너무 직설적인 디자인이었는지 그다지 호응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올림픽 에디션의 흐름은 아이러니 하게도 올림픽을 드러내지 않는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에디션인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데이트나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크로노그래프를 보면 블루 다이얼이란 점을 제외하면 다이얼에서 올림픽을 나타내는 디테일이 없습니다. 케이스백에 런던 올림픽의 로고를 각인했을 뿐입니다. 올림픽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올림픽이 지나면 판매가 어려워지는 시즌성 제품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과 올림픽이 예전만큼 인기있는 볼거리이자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2024 올림픽을 위해
2개의 에디션이 공개되었습니다. 전통의 씨마스터와 오메가 타임키핑에 헌정을 담은 크로노그래프입니다.
파리 올림픽을 위한 오메가 씨마스터는 다이버 300M을 베이스로 만들었습니다. 일반 버전의 음각 물결 다이얼이 아닌 스페셜 버전의 양각 물결 다이얼 패턴과 새하얀 컬러의 다이얼을 택했습니다. 베젤은 문샤인 골드 소재로 인덱스를 양각 가공해 고급스러움을 드러냅니다. 다이얼 인덱스와 핸즈는 같은 문샤인 골드이며 롤리팝 초침의 팁 부분에 파리 올림픽의 로고를 넣었습니다. 케이스백을 제외하면 올림픽 에디션이 드러나는 유일한 디테일입니다.
올림픽 시즌이 지나도 스페셜 컬러와 디테일로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eamaster Diver 300M 'Paris 2024' 522.21.42.20.04.001
42mm, 화이트
올림픽 타임키핑의 근간은 스톱워치, 즉 크로노그래프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는 적합한 선택입니다. 실버 다이얼에 블랙 카운터를 한 클래식 투 카운터 크로노그래프지만, 3시 방향 카운터는 60분과 12시간 카운터를 겸해 실질적으로는 쓰리 카운터입니다. 스피드마스터의 상징 베젤의 타키미터 스케일과 크로노스코프의 특징인 달팽이 모양 멀티 스케일에는 거리, 맥박을 잴 수 있는 텔레미터와 펄소미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문샤인 골드의 핸즈와 인덱스가 매력적인 시계로 케이스백의 파리 올림픽 각인을 빼면 보통의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입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