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주목할 만한 신제품
2024 워치스 앤 원더스 리뷰
Brand Focus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던 시계전시회 바젤월드(Baselworld)가 매끄럽지 못한 운영 탓에 자신의 손으로 막을 내리면서 각 시계회사는 각자의 이해에 맞게 새로운 홍보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의 시대를 맞아 SNS, 동영상, 화상회의 등 다양한 디지털 수단을 활용하거나, 거점 지역을 순회하면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죠. 비록 종지부를 찍긴 했지만 바젤월드에 비하면 역사가 짧고 적은 수의 시계회사가 참가했던 제네바의 시계전시회 워치스 앤 원더스(구 SIHH). 때 마침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참가자들을 흡수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규모의 시계전시회로 부상했습니다.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ablogtowatch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ablogtowatch

까르띠에, 랑에 운트 죄네, 예거 르쿨트르, IWC 같은 리치몬트 그룹 소속의 기존 참가회사에 롤렉스, 파텍필립 등 뉴 페이스가 새로운 멤버로 가세해 총 54개 회사가 시계의 새로운 경이로움을 소개했습니다. 그럼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내놓은 주요 시계회사의 신제품을 살펴보겠습니다. 

까르띠에 똑뛰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똑뛰(Tortue)는 프랑스어로 거북이를 말합니다. 베젤과 케이스의 경계가 없고 두껍고 볼륨감 넘치는 토노 케이스의 실루엣은 비록 머리가 없긴 하지만 영락없이 다리 달린 거북이죠. 

1920년대 까르띠에 똑뛰 모노푸셔 © revolutionwatch

1920년대 까르띠에 똑뛰 모노푸셔 © revolutionwatch

1912년 까르띠에가 선보인 똑뛰 컬렉션은 1928년 하나의 푸시 버튼으로 크로노그래프의 작동을 제어하는 모노 푸셔 크로노그래프와 만나 하나의 이정표를 세웁니다. 까르띠에 최초의 크로노그래프였던 이 시계는 특유의 토노 케이스 속을 여러 개의 원으로 채운 크로노그래프 기능과 조화로운 인덱스는 어느 누가 보아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정교한 측정을 보증하는 세밀한 레일웨이 인덱스와 까르띠에를 상징하는 디테일인 로마 숫자 인덱스, 좌우 대칭을 이룬 두 개의 카운터는 단순했지만 크로노그래프의 아름다움을 담백하게 전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1998년 까르띠에의 프라이빗 컬렉션인 CPCP(Collection Privée Cartier Paris)가 시동을 걸 때, 똑뛰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는 반드시 포함해야 할 시계였습니다.

2024 까르띠에 똑뛰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 Cartier

2024 까르띠에 똑뛰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 Cartier

© Cartier

© Cartier

IWC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시간의 변화를 네 가지 컬러 테마, 호라이즌 블루(Horizon Blue), 듄(Dune), 옵시디언(Obsidian)
, 실버 문(Silver Dawn)을 다이얼 컬러로 표현한 포르투기저는 더욱 넓어진 선택지라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입니다. 지금까지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나 오토매틱이 사용해 온 선명한 톤과 컬러의 다이얼과 달리 미묘하며 섬세한 분위기를 띕니다. 새로운 컬러 팔레트를 들고 나온 포르투기저의 정점에는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가 자리에 오릅니다. 

© IWC Schaffhausen

© IWC Schaffhausen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낸 것 같지만 시계에서 퍼페츄얼(Perpetual)이라는 단어는 사전상의 의미대로 ‘끊임없이 계속되는’입니다.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추얼’은 로터가 달려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말하죠. 또 다른 ‘퍼페츄얼’ 캘린더는 끊임없는 날짜표시 입니다. 한달의 길이가 30일인 달에는 시계 주인이 날짜를 수동으로 보정해줘야 하는 끊어짐이 발생합니다. 퍼페츄얼 캘린더는 프로그램에 따라 자체 보정을 해 끊어짐 없이 날짜를 보여줍니다. 그레고리력은 100의 배수가 되는 해는 규칙상 윤년이 아닌 평년이 되고, 400년으로 떨어지는 해는 윤년을 보는 보정을 위한 불규칙(?)이 있습니다. 퍼페츄얼 캘린더는 완벽한 것 같지만 이 부분만은 프로그램이 되어 있지 않죠. (보통 100년 단위로 프로그램 되어 있고, 해당 년도에는 CS센터에 보내 테크니션이 보정합니다)

© IWC Schaffhausen

© IWC Schaffhausen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는 퍼페츄얼 캘린더에서 미숙한 이 부분을 보완하는 메커니즘을 넣어 퍼페츄얼을 넘어 말 그대로 ‘이터널(Eternal)’한 캘린더를 완성했습니다. 한마디로 영원히 날짜 보정이 필요 없는 시계라는 것이죠. 또한 문페이즈도 누적되는 오차를 보정하는 메커니즘을 더해 4500만년에 하루 오차라는, 시계가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확인이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정확성을 실현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 듀오미터
헬리오 투르비옹 퍼페추얼

과거에는 ‘듀얼 윙(Dual Wing) 컨셉트’로 부르던 두 개의 배럴, 이것과 짝지어진 두 개의 독립된 기어트레인의 듀오미터가 새단장을 했습니다. 시간을 보여주는 기본 기어트레인과 부가 기능을 위한 또 다른 기어트레인이 독립적인 동력원을 사용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죠.

예거 르쿨트르 듀오미터 헬리오투르비옹 퍼페츄얼 </br> © jaeger-lecoultre

예거 르쿨트르 듀오미터 헬리오투르비옹 퍼페츄얼
© jaeger-lecoultre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과거 엔진출력이 약한 차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 에어컨을 켜면 힘이 떨어지는 현상과 유사합니다.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 엔진에 부담이 가해지면서 출력이 약해지는 것이죠. 듀오미터는 각각의 동력으로 분리해서 시간을 보여주는 기본 기어트레인이 부가 기능 때문에 영향을 받아 오차가 생기는 일을 방지하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듀오미터는 보다 높은 정확성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거죠.

© jaeger-lecoultre

© jaeger-lecoultre

신제품 듀오미터 헬리오 투르비옹 퍼페추얼은 세 개의 축으로 팽이처럼 회전해 중력의 마수를 차단하는 헬리오투르비용을 위해 하나의 기어트레인과 동력을, 퍼페츄얼 캘린더의 여러가지 날짜 인디케이터 변경에 필요한 힘을 또 하나의 기어트레인과 동력으로 분배해 정확한 시간표시와 기능을 수행하게 했습니다. 2007년 손목시계 버전의 첫 듀오미터가 등장하고, 이번에 새단장한 듀오미터는 좀 더 복잡한 기능과 동력 분배를 하고 있습니다. 케이스 디자인도 변화를 주어 다소 투박했던 구형에 비하면 곡선과 디테일이 가미된 모습입니다. 실제로 케이스 지름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제법 날렵해 진 인상입니다. 듀오미터 헬리오투르비옹 퍼페추얼 외에도 문페이즈와 크로노그래프를 듀오미터로 구현한 듀오미터 크로노그래프 문,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듀오미터 퀀템 루너가 함께 공개되었습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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