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시계의 필수 요소
무엇이 그들을 최고로 만들었나?
Brand Focus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요건, 다시 말해 하이엔드 시계회사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세상 어디에도 하이엔드는 이래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나가 “하이엔드라면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라는 생각은 있을 겁니다. 사람마다 하이엔드의 이상형이나 원하는 바는 다르지만 교집합은 분명히 있을 터입니다. 이번에는 하이엔드의 요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공통된 생각을 한번 엮어볼까 합니다.

전통과 역사

파텍필립의 칼라트라바, 노틸러스.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바쉐론 콘스탄틴의 222에서 이어지는 오버시즈. 아.랑에&죄네의 랑에 1.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즈. 이들 아이코닉 피스의 공통점은 전통입니다. 짧게는 30여년 길게는 9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는 시계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시계들은 하나의 모델에서 시작해서 파생형을 낳고 끊임없이 발전해 왔습니다. 즉 혁신과 진화가 축적되면 역사와 전통이 됩니다.

1839년 시작된 파텍 필립의 역사  / © PatekPhillipe

1839년 시작된 파텍 필립의 역사 / © PatekPhillipe

혁신과 진화가 없는 시계회사는 유지되기가 어렵기에 전통을 이어 나갈 수 없고, 역사를 써내려 가기는 더욱 어렵다고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시계회사에서 특히 하이엔드 중에서는 100, 2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회사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유럽에서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역사와 전통이 없는 하이엔드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독창적인 기능)

예거 르쿨트르 전설의 무브먼트 JLC Cal.920를 바탕으로 제작된 </br>AP 2121 무브먼트 / © Revolutionwatch

예거 르쿨트르 전설의 무브먼트 JLC Cal.920를 바탕으로 제작된
AP 2121 무브먼트 / © Revolutionwatch

하이엔드들은 무브먼트를 사오더라도 그대로 사용하지 않거나 특별한 주문사양을 요구해 원하는 퀄리티와 자존심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던 하이엔드들은 자신의 제작의도(기능)를 온전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직접 무브먼트를 만드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인하우스 무브먼트 제작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시계회사끼리 경쟁이 심해지자 시계의 핵심인 엔진(무브먼트)을 다른 회사에 팔아 자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일을 하지 않게 된 배경도 있습니다. 시계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엔진의 공유를 탐탁치 않게 여기기 시작했고요. 비싼 돈을 주고 사고도 가격대가 낮은 브랜드와 엔진이 같다면 누가 기분이 좋을까요.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생산은 여러가지가 얽혀 복잡하게 보이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독창성과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서 입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해 독점으로 사용하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하이엔드 요건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JLC920칼리버을 참고하여 제작된 워치 / © Revolutionwatch

JLC920칼리버을 참고하여 제작된 워치 / © Revolutionwatch

완벽한 마무리

하이엔드에서 마무리(Finish)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루페를 쓰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지만 하이엔드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합니다. 시계 내외관의 완벽한 마무리는 하이엔드에게 꼭 필요한 요건입니다. 마무리가 부족하면 보통의 시계회사와 차별점이 약해집니다. 우선 마무리는 무브먼트에서 작동하는 부분과 연관이 있습니다. 톱니바퀴의 톱니모양, 휠 축의 모양새 같은 작동 부분을 매끄럽게 마무리해야 무브먼트에 부하가 적게 걸리고 보다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또 작동하지 않는 부분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파텍필립 씰(The Patek Phillippe Seal) ©Patek Phillippe

파텍필립 씰(The Patek Phillippe Seal) ©Patek Phillippe

파텍필립 씰, 제네바 홀마크(Geneve Hallmark)는 무브먼트의 (대체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을 얼마나 예술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상세한 규정입니다. 오데마 피게나 아.랑에&죄네처럼 자체적인 씰이나 제네바에 본사를 두지 않았다고 해서 마무리에 소홀함은 없습니다. 자체기준에 따라 높은 수준의 마무리를 구사합니다. 케이스, 다이얼에도 마무리가 필요합니다. 

그랜드 세이코 SBGM221 블루 핸드 / © Watchaffinity

그랜드 세이코 SBGM221 블루 핸드 / © Watchaffinity

케이스는 피부와 직접 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다이얼은 시계의 얼굴과도 같아서 호감가는 첫인상을 주기위해서는 다이얼의 표면, 핸즈와 인덱스의 완벽한 마무리가 필요합니다. 

희소성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적은 상태가 유지되면 그 물건은 희소성을 띄게 됩니다. 시장의 시계보다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커진 상태이죠. 하이엔드들은 매년 일정한 수량의 시계를 생산합니다. 하이엔드에 어울리는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이지만 수요와 공급의 적절한 긴장관계의 유지도 필요합니다. 희소성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합니다.

온리워치 2019 대표작 / © Monochrome

온리워치 2019 대표작 / © Monochrome

세계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시계는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이니까요. 그 예시는 뒤시엔느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환자를 돕기 위한 온리 워치(Only Watch)입니다.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시계라는 희소성에 대한 욕망을 선한 목적으로 치환하는 이벤트입니다. 아무리 멋진 시계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인간의 심리상 매력과 소유욕은 금세 사그라들고 맙니다. 희소성은 그 뿐만 아니라 파생효과도 발생합니다. 가지고 싶은 욕망은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한 프리미엄을 붙여 가치를 올리기 마련입니다. 

가치의 유지

매년, 어떤 때는 1년에도 몇 차례나 가격을 올리는 하이엔드 시계는 기존 소유자에게 만족감을 줍니다.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가격이 오른다면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고, 구매 예정자에게는 나날이 오르는 가격이 조바심 나게 만들죠. 하이엔드 시계의 부틱에 진열된 시계 가격표는 그 회사가 적절한 값어치를 메긴 종이지만 진짜 가치는 리세일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필립스 제네바 시계 경매 2020 / © Watchesbysjx

필립스 제네바 시계 경매 2020 / © Watchesbysjx

예를 들어 어떤 하이엔드 시계가 신품의 가격표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중고 거래된다면 가치가 잘 유지되지 않는다고 보입니다. 반대로 어떤 시계를 중고로 산다고 했을 때, 일정한 가격대 아래로 구매하기 어렵다면 단단한 가치의 유지를 의미합니다. 중고는 물론 경매시장에서 낙찰가를 경신하는 하이엔드 회사라면 좋은 투자대상으로도 고려해 볼 법합니다. 경매시장에서 인정받은 가치는 그 회사의 중고시계 가격을 견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이엔드 시계라고 해서 다 같은 하이엔드는 아닙니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나 하이엔드의 옥석 고르기가 다시 시작된 요즘입니다.

Felix

Writer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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