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랑팡이 국내에서 피프티 패덤즈의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70주년 기념으로 1년을 거쳐 출시한 Act 시리즈의 시계 3종과 빈티지 레어피스들과 주요 현행 카탈로그를 전시하며 블랑팡은 대중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행사장에는 실제로 50~60년대에 생산되었던 초창기 피프티 패덤즈 모델들이 전시되어 시계 마니아들에게 뜻깊은 경험을 선사하였습니다.
지난 9월, 블랑팡은 모회사인 스와치 그룹과 함께 블랑팡 X 스와치 ‘바이오세라믹 스쿠바 피프티 패덤즈’라는 협업 컬렉션을 출시한 적도 있습니다.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워치메이커 블랑팡이 이례적인 대규모 마케팅과 홍보 전략으로 최초의 현대식 다이버 워치인 피프티 패덤즈를 드디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피프티 패덤즈(Fifty Fathoms)는 단방향 회전 베젤과 다이빙 스케일을 탑재한 세계 최초의 현대식 다이버 시계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습니다. 피프티 패덤즈는 당시 회사의 대표였던 장-자크 피슈테르(Jean-Jacques Fiechter)의 야망에서 탄생했습니다.
1950년,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을 즐기던 피슈테르는 산소탱크의 산소가 고갈되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다이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특수목적 시계를 구상하게 됩니다.
다이버의 인사이트가 녹아든 피프티 패덤즈는 외부 유입 차단을 위한 이중 씰 크라운 시스템과 단방향 회전 베젤 등 특허를 가지고 출시되어,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프랑스 해군 전투 잠수부에게 시계를 납품하며 명성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1953년에 공식 출시된 피프티 패덤즈는 독일 해군과 미국 네이비 실에게도 납품되며 최고의 다이버 워치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패덤즈란 당시 선원들이 사용하는 수심을 가르키는 단위로 1 패덤즈는 약 1.829m(6 feet)입니다. 따라서 50 패덤즈는 약 91m(300 feet)까지 잠수할 수 있는 방수 성능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이름입니다.
사실 블랑팡은 공식적으로 1735년에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남은 유서 깊은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부침이 많아 여러 번의 중단이 있었습니다. 피프티 패덤즈 또한 60년대까지 전문가들의 시계로 맹활약했지만 70~90년대에는 거의 생산되지 않았었죠. 1992년 스와치 그룹에 인수된 블랑팡은 이후 2003년 스페셜 에디션을 150 피스 한정 제작하며 본격적으로 피프티 패덤즈를 부활시킵니다. 2007년부터는 양산형으로 시장에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랑팡의 CEO는 2023년인 올해가 피프티 패덤즈의 70주년이면서 리바이벌의 20주년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죠.
오늘날 피프티 패덤즈의 주요 모델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티타늄으로 제작되고,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일-캔버스 소재의 스트랩과 베젤 위를 덮은 돔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피프티 패덤즈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빛내줍니다. 모던 소비자가 사랑하는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도 있지만, 스트랩이 더 인기 많은 몇 안 되는 다이버 워치입니다.
오리지널과 확연하게 다른 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사이즈입니다. 최초의 피프티 패덤즈는 41mm였던 반면, 현재의 피프티 패덤즈는 45mm입니다. 다이버 워치 중에서도 큰 사이즈에 속하는 피프티 패덤즈는 육중한 크기 덕분에 존재감이 돋보이는 시계입니다.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지만, 러그-투-러그 50.8mm로, 컴팩트한 착용이 가능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서브마리너 논데이트 Ref. 124060 보다 2mm만 더 깁니다).
블랑팡은 주기적으로 피프티 패덤즈의 한정판을 발매하기도 합니다. 한정판 모델들은 시계의 다양한 업적을 기립니다. 70주년 행사에서 선보인 Act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피프티 패덤즈의 헤리티지를 이어가고 있으며, 가끔은 이색적인 방식으로 시계를 판매하기도 하죠.
손목 둘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시계인들도 블랑팡의 다이버 워치 헤리티지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13년에 최초 출시된 바티스카프가 이 부분을 완벽하게 해소해줍니다.
바티스카프는 피프티 패덤즈의 60주년 기념으로 탄생한 형제작입니다. 육안으로만봐도 한층 작아진 케이스와 얇아진 베젤, 그리고 다이버 워치치고는 작다고 느껴질 수 있는 아플리케 인덱스를 채택한 바티스카프는 오리지널의 큼직한 디자인을 모든면에서 간소화하였습니다. 드레스 워치의 클래시함을 품으면서 스포티한 느낌까지 고루 갖춘 38~43.5mm 사이즈 옵션은 사실 60년대 소량으로 생산되었던 잠수정 내부용 피프티 패덤즈를 참고했는데요. 기존의 피프티 패덤즈와는 다르게 여백의 미를 만끽할 수 있는 인기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바티스카프 모델은 베젤에 주로 사파이어가 아닌 세라믹 인서트를 장착하여 전체적인 톤도 절제되었습니다.
피프티 패덤즈의 사이즈는 블랑팡이 누구보다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중요한 사항일 겁니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2024년에 Act 시리즈에서 선보인 42mm 사이즈의 카탈로그 제품으로 출시된다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오메가의 씨마스터 다이버 300M와 같은 사이즈의 피프티 패덤즈가 시장진출을 하면 포화상태인 다이버 워치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거라는 애호가들의 기대도 모으고 있습니다.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