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 번씩,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시계들이 경매에 부쳐집니다. 파텍 필립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 애호가의 마음을 홀리는 희귀한 소재로 나타나고, 롤렉스 자회사 튜더의 시계가 무려 5억원에 낙찰되는 세계입니다. 금세기 최고의 워치메이커 중 한 사람인 프랑소와 폴 주른(F.P. 주른)이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하죠.
바로 뒤시엔느 근이영양증을 위한 자선 경매 ‘온리워치' 이야기입니다.
뒤시엔느 근이영양증은 남아 3500명 중 1명 정도가 걸리는 희귀질환이지만 근육이 점차 퇴화해 12세 이전에 휠체어에 의존하다가 20대 전반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난치병입니다. ‘온리워치' 창립자인 뤽 페타비노의 아들도 뒤시엔느 근이영양증 환자였습니다.
유럽의 부유한 도시국가 모나코의 유력자는 아들과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모나코 뒤시엔느 근이영양증 협회 Association Monégasque Contre les Myopathies, AMCM’를 조직하고, 2005년부터는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의 후원 아래 ‘온리워치’ 경매를 개최해오고 있지요. 경매 대금은 모두 뒤시엔느 근이영양증 치료 및 연구 기금으로 쓰입니다.
지금까지 126개 브랜드가 ‘온리워치'에 참여했습니다. 하이엔드부터 미들레인지, 그리고 독립시계제작자까지, 그 스펙트럼도 넓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기존 모델의 사양을 변경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보다 쉽고, 안전하며, 선택지도 많기 때문이죠. 재미있게도 약간의 변형만으로 가치가 폭등하는 시계가 있습니다. 파텍 필립이나 오데마 피게처럼요. 참고로 ‘경매의 왕' 파텍 필립이 2015년, 2017년, 2019년, 2021년 ‘온리워치'에 출품한 시계는 모두 당시 최고 낙찰가를 달성했습니다. 때로는 상상도 못했던 스페셜 모델이나 복각, 또는 단종 모델이 깜짝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계들의 낙찰가는 예상치를 훌쩍 넘어버리곤 하죠. 이런 변수 역시 ‘온리워치'의 관전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미닛 리피터,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의 트리플 컴플리케이션으로, 해당 레퍼런스의 최초이자 유일한 티타늄 버전입니다. ‘온리워치 2017’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 낙찰가: 620만 스위스프랑(약 94억3000만원)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를 결합한 트리플 컴플리케이션의 유일한 스틸 버전입니다. 이 역시 2015년 온리워치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였습니다.
- 낙찰가: 730만 스위스프랑(약 111억원)
2014년 브랜드 창립 175주년을 기념해 20개 기능(5개 차임 포함)을 양면 다이얼에 탑재한 그랜드마스터 차임의 스틸 버전. 온리워치' 역사상 최고 높은 금액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 낙찰가: 3100만 스위스프랑(약 471억원)
튜더의 첫 다이버 워치인 오이스터 프린스 서브마리너 Ref. 7923(1954년)을 거의 흡사하게 재현한 모델입니다. 예상 낙찰가의 100배가 넘는 낙찰가를 기록하였습니다.
- 낙찰가: 37만5000스위스프랑(약 5억6000만원)
일명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점보'입니다. 단종 직전 탄생한 마지막 Ref. 15202. 티타늄과 금속 유리 소재는 최첨단이지만, 다이얼 서체까지 1972년 첫 번째 ‘점보' Ref. 5402의 완벽한 복제입니다.
-낙찰가: 310만 스위스프랑(약 47억1000만원)
최근 들어서는 ‘온리워치' 에디션을 독특한 메커니즘이나 새로운 소재 등의 테스트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강해지는 추세입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계 애호가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죠. 2019년 3859만3000스위스프랑(약 566억원), 2021년 3000만 스위스프랑(약 440억원)이라는 경매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온리워치’의 가치는 시계업계가 희귀유전질환 연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입찰자 역시 한층 당당하게 입찰 패들을 들어올릴 수 있겠죠.
지난 6월, ‘온리워치 2023’의 출품작이 거의 모두 공개되었습니다. 개최 10회를 맞은 올해는 참여율도 역대 최고입니다. 16개 협업을 포함한 73개 브랜드가 62개의 시계를 선보였죠. 파텍 필립과 F.P. 주른 같은 터줏대감들은 물론, 최근 부활을 알린 제랄드 젠타, 무서운 신예 퍼를란 마리는 벌써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제10회 온리워치 경매는 세계적인 경매 하우스 ‘크리스티(Christie’s)’의 주관 아래 11월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립니다.
출품작들은 9월 6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뉴욕, 모나코, 홍콩, 방콕, 싱가포르, 두바이, 마지막으로 제네바까지 월드투어 전시도 예정되어 있죠. 다음 호에는 특히 주목 받은 시계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만약 이번 ‘온리워치 2023’ 경매에 입찰하고 싶은 시계가 있다면 registration@onlywatch.com으로 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경매 좌석은 보통 입찰자나 브랜드 관련자, 미디어 종사자 우선으로 배정하지만 onlywatch.com(링크)에서 신청하면 ‘옵저버'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10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계 수집가인 산타 로라가 온리워치의 재정적 투명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온리워치가 2024년으로 미뤄진다는 소식입니다.
(2023.11 업데이트)
Tampa
Writer
시계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