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와 자동차는 태생부터 인연이 깊습니다. 초고도의 기술력을 집약한 기계식 시계와 모터스포츠,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최고’라는 타이틀을 위해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 이 두 업계에 우리는 열광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3년 6월, 르망 24시 100주년 특집 데이토나가 기습적으로 출시되어 시계인들의 심장을 흔들었습니다. 100주년이라는 의미와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데이토나 ‘르망’ 에디션은 공개 즉시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리셀 시장에 유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시계 애호가들이 예상했듯이, 이 모델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데이토나와 르망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내구 레이스 경기의 양대 산맥입니다. 데이토나 24시(24 Hours at Daytona)는 미국, 르망 24시(Le Mans 24)는 프랑스에서 열리며, 매년 자동차 회사들이 명예를 걸고 한계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레이싱카를 개발해나가고 있어요.
1923년부터 시작된 르망 24시는 글로벌 무대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경주에 참여한 자동차는 24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서킷을 돌아야 합니다 (팀당 3명의 레이서가 투입됩니다). 롤렉스는 현재 두 경기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ref. 126529LN은 롤렉스가 공식 스폰서인 이유만으로 르망 24시를 기념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토나는 사실 르망(Le Mans)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었습니다. 기간은 아주 짧았지만, 1963년 최초 출시된 데이토나는 1964년까지 르망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돼 미국에서 열리는 데이토나 24시와 파트너십을 맺은 롤렉스는 이 시계를 ‘데이토나’로 명명한 것이었습니다. 1965년부터 모든 데이토나는 DAYTONA 타이틀을 다이얼에 입게 되었고, 데이토나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로 성장했습니다.
데이토나와 르망의 배경을 설명했으니, 본격적으로 시계의 디테일을 탐구해보겠습니다.
데이토나 ‘르망'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2023년 3월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최초 공개된 신규 데이토나 라인업 Ref. 1265XX와 같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세라믹 베젤 데이토나와 다르게 데이토나 ‘르망'이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다이얼에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의 타이머 기능을 나타내는 서브다이얼은 현대식 데이토나와 매우 다른 레트로풍 디자인입니다.
현대식 데이토나의 서브다이얼은 원형의 테두리인 링이 있지만, ‘르망’은 많은 초기 모델들이 채택했던 ‘폴 뉴먼’ 다이얼을 오마주하여 이 태두리가 없습니다. 소소하지만 상징적인 디테일이 하나 더 숨어있습니다. 타키미터 눈금의 숫자 100 표기는 르망 24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있습니다.
데이토나 ‘르망’이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내부에도 숨어있습니다.
신규 데이토나 라인업은 Cal. 4130에서 Cal. 4131로 교체되었는데요. 데이토나 ‘르망’은 카탈로그 유일의 Cal. 4132라는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Cal. 4131가 12시간까지 타이머 기능을 소화하는 반면, Cal. 4132는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르망 경주의 부합하는 24시간 타이머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은 9시 방향에 24시간 서브다이얼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데이토나 르망은 한정판이 아니지만, 한정판 버금가는 희소성을 지니고 있는 모델입니다. 롤렉스는 카탈로그에 있는 모델을 한정판으로 제작하지 않지만, ‘르망’은 한정판과 다름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리셀 시장에도 물량이 현재 20개 미만으로 추정됩니다.
이 모델은 최신형에다 워낙 극소량으로 유통이 되다 보니 아직 국내 리테일과 리셀 시장에서의 동향은 입문자와 애호가 다를 것 없이 파악하기 힘듭니다. 해외 리셀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데이토나 르망의 리셀가는 약 3억 원에서 시작합니다. 최고가는 7억 원 중후반대를 맴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마치 경매에서나 볼 수 있는 미술 작품의 호가가 세계 최고 부호들이 인정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시계를 만나볼 날이 기다려집니다.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