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워치가 보편화된 오늘, 전통적인 드레스 워치를 고집해오던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부터 저가의 엔트리 브랜드까지, 모두 다이버 워치를 내세우는 추세입니다. 현재의 치열한 다이버 워치 시장에서 대중을 사로잡은 두 가지 시계가 있습니다. 바로 롤렉스의 서브마리너와 오메가의 씨마스터 다이버 300M입니다.
다이버 워치의 시초이자 바이블인 서브마리너, 그리고 짧은 기간에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입문자와 애호가들에게 늘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어느 시계를 선택해야 좋은 소비를 한 걸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두 브랜드의 시계들을 세부적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서브마리너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기본적인 스펙부터 비교해봅니다. 언뜻 비슷하게 보이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많은 차이점이 발견됩니다.
성능으로 롤렉스를 능가할 브랜드는 몇 안 됩니다. 씨마스터 프로페셔널도 성능이 훌륭한 시계지만 서브마리너의 파워 리저브는 더 오래 가며 일 오차 범위도 더 좁습니다. 같은 300m 방수지만 더 얇으면서 가볍기도 하죠. 서브마리너 다이얼의 핸즈와 마커는 도금 처리되어 로듐 플레이팅 처리된 씨마스터 프로페셔널보다 변색-방지에도 더 강합니다.
타이머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전형 베젤은 다이버 워치의 핵심 기능 중 하나입니다. 서브마리너는 이 분야에서 최고라고 극찬받습니다. 베젤의 그립감과 회전시 클릭이 주는 느낌, 그리고 회전의 스무스함은 현재 서브마리너가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평가됩니다.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의 베젤은 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특색있지만, 그립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씨마스터는 서브마리너에게 없는 두개의 매력 포인트가 있습니다. 헬륨가스 배출 벨브(HEV)와 완벽에 가까운 항자성 무브먼트입니다. 10시 방향에 크라운같이 생긴 부품이 바로 HEV인데요. 포화 잠수 시 시계 내부에 유입되는 헬륨을 말 그대로 배출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다이빙에 관련된 기능을 추가했다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롤렉스는 대다수의 무브먼트에 파라크롬 헤어스프링을 탑재하여 더 강력한 내구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반면, 현행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은 15,000 가우스의 자기장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기반 ‘Si14’ 실리시움 헤어스프링을 장착했습니다. 한마디로 MRI 기계 옆에서도 자성에 면역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리콘 헤어스프링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Submariner Date 126610LN
41mm, 블랙, 오이스터
Diver 300M 210.30.42.20.01.001
42mm, 블랙
헤리티지가 무기인 시계 시장에서 서브마리너는 올해 70주년, 씨마스터는 30주년을 맞이합니다. 서브마리너는 70년 동안 다이버 워치 디자인의 기준을 세웠고,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은 30년 동안 디자인이 발전해나갈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태생부터 툴워치가 목적이었던 서브마리너는 심플함이 무기입니다. 디자인 철학이 툴워치답게 직설적이고 실용적이에요. 도트와 바, 그리고 삼각형을 혼용한 큼직한 마커는 모두 타이밍과 가독성을 위한 디자인입니다.
심플함은 다이얼에서부터 케이스 본체까지 뻗어나갑니다. 롤렉스의 오이스터 케이스는는 유려하게 곡선을 이루지만, 톱니바퀴 모양 베젤을 장착해서 견고하고 직설적인 이미지가 연출됩니다. 이 디자인은 너무 아이코닉한 나머지, 다이버 워치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디자인에 영향을 받아 서브마리너를 모방할 정도로 보편화된 디자인이죠. 70년 째 변함없이 시대를 초월하는 서브마리너의 매력은 롤렉스가 처음부터 완성된 디자인을 내세웠음을 증명합니다.
1953년부터 지금까지 차세대 라인업들은 이 전통을 계승했지만, 라인이 순전히 복각으로만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이얼과 베젤 컬러에 배리에이션을 주고 합금 소재를 케이스에 혼용하면서 나름 버라이어티한 컬렉션을 꾸렸습니다.
Submariner Date 126613LB
41mm, 로열 블루, 오이스터
Submariner Date 126613LN
41mm, 블랙, 오이스터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짧은 기간 안에 아이콘 자리를 달성한 몇 안 되는 다이버 워치입니다. 결코 짧지 않지만, 시계 업계에서는 길지도 않은 30년. 30년 동안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은 헤리티지를 매우 다른 방법으로 쌓아왔습니다. 다각화 전략으로 시장 어필을 한 것이죠.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세부적인 디테일에 특별히 신경 쓰며 소비자의 만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라인입니다. 데이트 창의 위치, 다이얼의 패턴, 크기와 기능까지 모두 변화를 주며 진화를 거듭해 나가는데요. 현재는 컬러 배합, 소재, 기능 추가 등, 이제는 열거하기 어려울 수준으로 카탈로그가 풍부해졌습니다. 서브마리너에게는 없는 투명 케이스백까지 탑재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합니다.
Diver 300M 210.30.42.20.06.001
42mm, 그레이
현행 컬렉션에는 40가지가 넘는 버라이어티가 있습니다. 서브마리너 컬렉션보다 약 5배 많은 옵션이 제공됩니다. 일관된 디자인 언어는 유지하되, 특색을 더한 모델들이 주기적으로 등장하여 카탈로그는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설명하자면,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는 3가지 대표적인 특징들이 있습니다. 먼저 해양 테마를 한층 살려주는 물결무늬입니다. 1세대부터 (3세대는 제외) 사용해온 웨이브 패턴은 이제 레이저 각인되어 독보적인 입체감을 선사합니다. 두 번째는 남들과 차별화된 베젤입니다. 베젤은 5분 단위마다 베벨링으로 표현한 홈이 파여있는데, 현재는 다이얼만큼 유명한 시그너처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5열로 보이는 9열 브레이슬릿이 있습니다.
‘가치’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두 다이버 워치를 고르는 기준이 분명하게 나눠집니다. 프리미엄이 높지만 오랜 기간 소장해도 시장가치 출중하고 프리미엄이 보장되는 상징적 타임피스냐. 아님, 프리미엄이 낮지만 리테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하이엔드 시계를 지혜롭게 손에 넣느냐. 가치 있는 시계를 정할 때 개개인의 시계 생활에 따라 프리미엄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프리미엄은 장단이 있기 마련입니다.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서브마리너의 리테일 구매는 불가능에 가깝고 이 인기는 곧장 리셀 시장에서 반영됩니다. 서브마리너 데이트 ref. 126610LN은 30% 이상의 프리미엄이 적용되고, 그린 베젤의 ref. 126610LV은 60% 이상의 프리미엄으로도 거래됩니다. 수요가 멈추지 않는 한, 서브마리너에 프리미엄은 계속 따라다닐 운명입니다.
Submariner Date 126610LV
41mm, 블랙, 오이스터
비용 부담을 덜어내고 싶은 시계인에게는 리셀 프리미엄이 없는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이 제격입니다. 주요 모델들은 미착용 새상품 기준으로 리테일가에서 약 -20% 정도 감가되어 거래되고 있고, 중고는 컨디션에 따라 -40%까지 내려갑니다. 700~800만 원대 시계는 최대 500만원대부터 거래가 가능합니다. 심지어 007 에디션도 리테일가와 근접하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하이엔드 시계생활에 입문하고 싶다면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은 훌륭한 후보입니다.
Diver 300M 210.30.42.20.10.001
42mm, 그린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유서 깊은 역사와 헤리티지를 담은 세기의 아이콘입니다. 이 시계를 착용하면 시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유물과 함께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정성스러운 관리를 통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치도 보존됩니다. 오메가 씨마스터 프로페셔널은 역사가 비록 짧지만, 모던한 다이버로 서브마리너를 대체할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씨마스터 프로페셔널만의 특징을 잘 살리고 보강해가면 헤리티지로 각광받는 날도 머지않았고요. 앞서 말했듯이 시계를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는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에 달렸습니다.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