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은 소비자가 가장 고려하는 사항입니다.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기본적인 생활물가, 교통비 등이 모두 상승한 올해 명품 시계 업계는 가격 인상을 어떻게 책정하였으며 얼마나 자주 단행했을까요? 시계 애호가 사이에서는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힐 정도로 올 한 해 가격 인상 전략에 속도감을 내었습니다.
명품 시계 업계 전반적으로 연이은 가격 인상을 단행해 까르띠에, 오메가, 예거 르쿨트르는 올 한 해 가격 인상률이 20%를 넘었습니다. 롤렉스는 독보적인 업계 리더로서 2022년에는 가격 인상을 7~18%로 단행했고, 2023년에는 2%로 하향 조정하였습니다. 입문자용 모델도 천만 원대 시대에 도래한 명품 시계 시장의 리테일 가격 인상 추이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번 조사는 2022년 1월 1일 기준 리테일 가격에서의 가격 변화를 기준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백화점 입점 시계 브랜드의 주요 모델 가격 인상률 비교입니다.
시계 브랜드의 가격을 주시하고 있는 소비자에게 롤렉스의 가격대는 이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픈런, 예약 없이는 인기 제품 구매가 어려워 프리미엄이 붙은 리세일가가 더 익숙할 정도로 리테일 가격이 무의미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국내 시계 리셀 시장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한 데이토나, 서브마리너 등 인기 제품이 2,000만 원 이하로 판매된다는 사실이 롤렉스를 더욱 매력 있는 브랜드로 만듭니다. 나아가 올해 롤렉스가 대표 프로페셔널 라인의 가격의 인상률을 2%대로 하향 조정한 전략은 지속해서 가격 인상을 해온 경쟁사들과 대비됩니다.
Daytona 126500LN
40mm, 블랙, 오이스터
Daytona 126500LN
40mm, 화이트, 오이스터
Submariner 124060
41mm, 블랙, 오이스터
리치몬트 그룹 소속 브랜드의 가장 대중적인 까르띠에도 가격 인상이 과감합니다. 여성 예물 시계 1순위 까르띠에는 2022년 5월 6~13%, 12월 8~10%, 그리고 2023년 4월까지 세 번에 걸쳐 인기 제품의 가격을 최대 15% 인상한 바 있습니다. 제품별로 인상률은 다르지만 최저 4% 이상의 인상을 감행합니다. 아직 가장 인기 많은 '탱크' 컬렉션에는 1,000만 원 이하의 제품도 많지만 리테일가 상승에 가속도를 붙였고, 스포츠 워치 열풍에 힘입어 남성 고객에게 인기가 많은 산토스 드 까르띠에는 1,000만 원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Santos LM WSSA0062
47.5mm x 39.8mm, 그린
Tank Must LM WSTA0052
33.7mm x 25.5mm, 실버
Tank Solo LM W1018355
34mm x 27mm, 실버/로만
Ballon Bleu WSBB0048
36mm, 실버
스와치 그룹 소속의 대표 브랜드 오메가는 롤렉스의 ‘대체 브랜드' 이미지 탈피 전략을 시행 중이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두 번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주요 스틸 모델들의 18개월간 인상률이 20%를 넘어섰습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문워치는 2023년 6월부로 1,000만 원대에 진입하였고, 2024년이면 전 모델이 1,000만 원 이상으로 판매될 예상입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격 상향 조정은 브랜드 인지도의 영향력을 빌미로 롤렉스와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Moonwatch 310.30.42.50.01.001
42mm, 블랙
가격 인상 행렬에서 가장 주목할 브랜드는 리치몬트 그룹의 예거 르쿨트르입니다. ‘워치메이커의 워치메이커'로 불리는 예거 르쿨트르는 2022년부터 18개월 동안 무려 5회 가격 인상이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리베르소 컬렉션의 최저가가 590만 원이었는데, 현재 최저가는 1,000만 원이 되었으니 무려 2배 가까이 오른 셈입니다. 인기 드레스 워치인 ‘마스터 울트라 씬’과 합리적 가격대의 컴플리케이션 ‘마스터 컨트롤 캘린더'도 가격이 급등하였고, 브랜드의 스포츠 컬렉션 ‘폴라리스’는 최저가가 시계가 롤렉스 서브마리너의 가격을 넘어섰습니다.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세가 무섭기도 하지만 리베르소는 2년 전까지만 해도 700만 원 이하의 리테일가 설정이 다소 저렴한 편이 아니었나 하는 인식도 있습니다.
지난 6월 바쉐론 콘스탄틴 또한 평균 11~15%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스틸 오버시즈 모델이 3000만원 후반대로 형성되었습니다.
프리미엄 가격 책정(Premium Pricing)은 외부적 요인 없이 가격으로만 브랜드의 이미지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심리 변화를 주는 행위입니다. 높은 가격이 곧 브랜드의 이미지로, 그리고 매출로 직결되는 명품 시장에서 시계라는 특수한 아이템도 잦은 가격 인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업계 관련자들과 소비자 모두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명품 시계 시장에 입문한 소비자에게는 업계의 이런 동향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명품 시계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이제 예견되어 있고 불가피하므로 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로 가격 인상이 유력한 시기(1월과 웨딩 시즌인 3~7월)를 인지하고 철저한 예산 관리가 요구됩니다.
구매 타이밍 또는 시장의 흐름을 읽을 여유가 없거나, 시계 생활을 오래 해온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리셀 시장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명품 시계 리셀 시장에서 다른 형식의 프리미엄이 존재하지만, 롤렉스와 비슷한 가격대의 브랜드는 프리미엄이 미세하거나 없습니다. 심지어 미착용 시계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명품 리셀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에는 럭셔리를 향한 높은 수요가 기본 요인이지만, 소비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로 비싸지는 가격도 다른 원인이 됩니다. 브레이크가 없는 가격 인상은 본인의 페이스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Young
Writer
내 꿈은 시계왕.